[기자수첩]'두 방지법'의 역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1.12.22 05:28
"현장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이네요."

올해 하반기 IT(정보·기술) 분야의 굵직한 법안으로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과 'n번방방지법' 등 두 건이 꼽힌다. 시행 전부터 각계의 기대를 받았지만, 업계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이고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앱(In-app) 결제'를 강제하는 구글의 갑질을 막겠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이 꼼수로 대응하며 빛이 바랬다. 구글은 제3자 결제를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기존보다 단 4%포인트만 낮췄다. 높은 '통행세'를 피하고자 했던 국내 개발사들은 실익이 없어졌다.

제2의 n번방을 막겠다던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작 n번방이 활개쳤던 텔레그램은 들여다보지도 못한다. 사적 검열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카카오톡 오픈채팅, 네이버 카페 게시물 등 공개된 정보만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당국의 해명이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가 큰 법안이 나온데 대해 업계에선 소통의 아쉬움을 꼽는다. '구글의 꼼수'와 '검열 공포'는 입법 단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수많은 간담회와 전문가들의 제언이 있었지만, 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전문가들과 업계가 실효성에 의문을 내비치면 '구글 갑질을 방지하지 말자는 것이냐', 'n번방을 막지 말자는 것이냐' 등의 이분법적 반론이 튀어나왔다. 실제 기능하는 법안보다는 '어떻게든 법을 만드는 게 먼저'라는 '당위'가 우선된 셈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일찍부터 예고됐던 뻔한 결과"라며 "법 만드는 분들이 업계 현실보다 여론을 더 의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달 내놓은 시행령은 여전히 구글의 꼼수를 잡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오픈카톡에 집착하는 사이 성범죄자들은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

'세계 최초 글로벌 플랫폼 견제', '불법 디지털 성범죄 엄단' 등의 성과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두 법안의 탄생을 자축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이제는 행정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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