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특별한 비밀...몰입 극대화하는 '낮잠의 기술'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1.12.18 14:00

문제에 몰입하다 빠지는 선잠은 '창의력 보약'

토머스 에디슨이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잤던 모습. / 사진=Scientific American
"나는 하루 4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짧은 수면시간을 종종 언급해왔다. 그런데 그가 낮잠 마니아였다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생각하던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낮잠을 청하곤 했다. 낮잠을 잘 때 그의 손에는 작은 물체나 공이 쥐여 있었다. 손에 힘이 풀려 물체가 떨어지면 잠에서 깨어나 생각을 이어나갔다. 몰입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그는 경험적으로 '선잠'의 효과를 알고 있었다.

에디슨의 이 같은 경험적 가설이 최근 과학적 이론으로 증명됐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뇌과학자들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수면과 의식 중간 사이'에서 창의적 불꽃이 발화한다"고 밝혔다.

이 상태를 보통 선잠 상태(Hypnagogia state)나 N1 수면(non-REM sleep)이라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 단계인 N1·2·3 상태로 구분되는데, N1 수면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초기 순간이다.

연구진은 N1 수면과 창의성의 상관 관계를 찾고자 일명 '에디슨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숨겨진 규칙을 찾는 수학 문제를 풀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휴식 없이 깨어 있던 그룹 △N1 수면을 취했던 그룹 △N2 수면을 취했던 그룹 등 3개로 나뉘었다.

그 결과, N1 수면을 몇 분간 취했던 그룹은 83.33%나 숨겨진 규칙을 알아냈다. 반면 깨어 있던 그룹의 문제 풀이 비율은 30.61%를 보였다. N2 수면에 빠졌던 그룹은 14.29%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N1 수면을 취한 이들은 깨어있던 사람들 대비 2.76배, N2 수면에 빠졌던 사람들보다 5.83배 창의적 문제풀이 능력이 좋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수면이 시작하는 시점(sleep-onset period)에 창의력의 최적 지점이라는 걸 시사한다"면서도 "너무 깊이 잠들지 않도록, 쉽게 잠들 수 있는 균형감을 유지하는 게 요구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결과다.



문제에 몰입하다 빠지는 선잠은 '창의력 보약'



과거 수잔네 디켈만 독일 루크대 박사 연구팀도 공부를 많이 한 뒤 잠깐 자야 문제풀이 능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게재한 바 있다.

디켈만 박사에 따르면 공부할 때 계속 깨어있는 상태보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면 공부한 내용이 뇌에서 오래 저장된다. 뇌에 단기기억을 무조건 주입·저장하기보단 선잠을 자면서 장기기억으로 옮겨야, 뇌가 부담을 덜고 효율적으로 기억한다는 의미다.

황농문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저서 '몰입 두 번째 이야기'에서 천천히 생각하기 과정 중에 잠이 창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적었다. "슬로우 싱킹(천천히 생각하기)을 하다보면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앉은 채로 선잠을 자게 되는 데 보통 10~20분 정도 지나면 깨게 된다. 슬로우 싱킹을 하다가 선잠을 자고 나면 집중도가 올라가고 아이디어도 잘 떠오른다."

황 교수는 다만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선잠을 자야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다. 문제와 별개로 선잠을 자거나, 깊은 잠에 빠지면 창의력과는 무관해진다는 의미다. 그에 따르면 선잠을 자면 우리 뇌가 잠을 자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착각해 세로토닌, 멜라토닌, 가바와 같은 긍정적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잠 자체가 창의력을 높인다기 보단, 풀려는 문제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10~20분간 선잠에 빠졌을 때 뇌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입을 모은다. 몰입할 수 있는 인재가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뇌과학자들이 수학문제 실험을 한 결과. 선잠 상태인 N1 수면에 빠진 이들이 문제 풀이 능력이 83%가량으로 나타났다. 반면 N1 수면 보다 깊은 잠인 N2 수면에선 14% 수준만 문제를 해결했고, 깨어있던 그룹의 문제풀이 능력은 31% 수준이었다. /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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