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시장 가격을 정부에게 맡겼더니···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21.12.18 06:01
11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노조원들이 '카드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금융당국도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왜곡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시도를 하는 게 문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율에 대해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가 한 발언이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말에 중요한 요율 결정을 앞두고 있다. 3년마다 새로 계산되는 카드사 수수료율과 내년도 실손보험 보험료율이 그것이다.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은 대부분이 시장에서 매겨진다. 그러나 카드사 수수료와 실손보험료율 인상폭은 유독 한국만 정부가 개입한다. 카드수수료율은 그래도 정부가 수수료율을 정한다는 내용이 제도화라도 돼 있다. 실손보험료율은 그렇지 않은데도 정부와 정치권 입김이 작용한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여년간 정부가 정무적 판단으로 개입하다 보니 단순히 적자에 그치지 않고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카드수수료율의 경우 금융위원회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될 카드수수료율을 공개한다. 카드사와 가맹점들 간 합의로 시장에서 결정되던 수수료율은 참여정부 끝무렵인 2007년 경제운용방향을 계기로 통제를 받게 됐다. 그 해 말 대선이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그 후 2012년에 아예 법제화 됐다. 최고 4.5%였던 카드수수료율은 2019년 1월부터 1.97~2.04%가 됐다. 이 수수료율은 전체 4%인 일반 가맹점에 해당된다. 나머지 96%는 우대수수료율 0.8~1.6%를 적용받는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우대수수료율을 연매출 30억원인 가맹점까지 넓히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2019년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당시 5억원까지였던 우대수수료율 구간이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30억원까지 갑자기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신판)에서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는 이상한 산업 구조가 만들어졌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드노조)가 먼저 나서 카드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반대하고 현행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총파업까지 불가하겠다는 입장을 낸 이유다. 금융당국이 고육지책으로 부수업무를 통해 적자를 만회하게 해 주겠다지만 정석은 아니다. 임시방편일 뿐이다.

보험사의 실손보험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업계 기준으로만 올해 9월까지 1조969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연말에 실손보험이 더 청구되는 추세와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 등으로 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10조원이 넘는 적자가 거의 확실시 된다.

이런 추세라면 2031년 관련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이 된다. 2025년이 되면 장기보험 등 다른 부문 이익으로 실손보험 적자를 못 메울 수 있다. 보험사 대량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보험업계가 올해 최소한 20% 이상의 실손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실손보험과 보험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최대의 피해자는 금융소비자다. 카드사들은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던 상품들을 정리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도 수년 안에 보험료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20%를 올려야 하는 보험료를 매년 10%씩만 올리는 미봉책으로 무마하다 보면 가격을 급격히 올릴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매표행위의 부담을 소비자가 다 떠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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