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내게 이런 이야길 해줬다. 꽤나 구체적인 정보였지만, 마켓컬리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이 같은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으니 낭설에 불과하다. 사실 마켓컬리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시작한 회사로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어 굳이 오프라인 점포를 낼 유인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완전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건, 온라인 회사의 오프라인 진출이 유통업에서 필연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더그 스티븐스의 책 '유통 혁명 오프라인의 반격'에 따르면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산업이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할 때 쇼핑으로 푸는 사람들이 많은 것만 봐도 유통업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쇼핑을 좋아하는 건 그래서 필연적이다. e커머스에서의 쇼핑은 이성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는 확실성을 주기에 우리 뇌의 논리적인 부분을 충족시키지만, 궁극적으로는 도파민 분비량을 줄여 쇼핑의 전반적인 만족감을 낮춘다. 반면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할 때 맘에 꼭 드는 물건을 찾을 때 우리 뇌에선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분출된다.
이 때문에 e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에서 시작해 사세를 확장하더라도 오프라인 점포를 내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스티븐스는 온라인 기반의 안경 스타트업 '와비파커',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에버레인' 등의 사례를 들었다. 와비파커는 처음에 매장 없이 운영했는데 "매장에 방문해서 안경을 착용해봐도 되냐" 등의 고객 문의가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열게 됐다. 에버레인도 샌프란시스코에 매장을 열어 고객들이 상품을 착용해보고, 훈련된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을 돕도록 했다.
임대료나 관리 부담이 생기는 데도 굳이 온라인 기반의 e커머스들이 오프라인화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물리적 접점에 해당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온라인 판매까지 늘릴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길보아 와비파커 공동 창업자는 "매장의 존재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발전기가 될 수 있고, 브랜드 트래픽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드류 그린 인도치노 CEO(최고경영자)도 "어디든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면 인지도가 올라간다. 온라인 사이트만 운영할 때보다 매출이 수배 오른다"고 했다.
스티븐스는 이 같이 말한다. "실제로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면 온라인 판매가 즉각적으로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온라인 매출보다 더 잘 나오는 사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 유입과 그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다." 앞으로 어떤 온라인 기반 e커머스 업체들이 오프라인화에 나설지 지켜볼 만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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