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가 늘면 그만큼 행복한가?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주동 국제부장 | 2021.12.17 03:2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원 누구도 결혼이나 출산을 거부하기 위해, 혹은 1~2명의 아이만 갖기 위해 주관적이거나 객관적인 이유를 대선 안 된다."

지난달 말 중국보도망이라는 중국공산당 산하 매체의 칼럼 내용이 최근 해외 매체들을 통해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지난 5월 '세 자녀'를 허용한 중국의 인구 감소 고민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글인데, 각국의 백신 의무화 움직임과 맞물리며 출산까지 강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섬찟한 느낌까지 갖게 한다.

중국만 인구 문제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일본은 이미 12년째 인구가 줄고 있고,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다고 한다. 얼마전 괴짜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출산율 감소가 문명에 위협이라고 했다. 의학지 '란셋'(Lancet)에 지난해 실린 논문에 따르면, 금세기 중 세계 인구는 14세기 흑사병이 휩쓴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이 처음 맞는 상황이다 보니 걱정하는 시각도 많다. 일할 사람 부족, 지방 소멸, 연금 문제, 국방 문제 등….

우리나라에서는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 성장률이 0%대로 떨어져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부터 쏟아진다. 이러한 진단은 로봇, AI(인공지능)가 대세가 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부른다.

과연 GDP는 국가의 현실을 얼마나 보여주고 있나.

국내에서 한 해 동안 만들어진 제품, 서비스 등 발생한 부가가치를 더한 개념인 GDP는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은 후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로 사용돼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 지표를 고안한 사이먼 쿠즈네츠는 1934년 미국 의회에서 "국가의 복지는 (지표에서) 거의 읽을 수 없다"며 GDP에 너무 초점을 두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사실 이 지표엔 약점이 있고 현시대에 맞지 않는 면도 있다. 우선 GDP에 가사노동은 반영되지 않는다. 지표의 수치를 키우기 위해 환경을 훼손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빈부 격차도 보이지 않는다.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를 하면 사람들이 실익과 기쁨을 얻을 수 있지만 GDP는 이를 무시한다.

1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이 문제를 기사로 다뤘는데, 여기서 다이안 코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자는 GDP가 "전쟁 때 지표"라면서 사람들의 행복도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가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면 GDP는 늘어나지만, 자연 상태의 아름다운 나무일 때 GDP는 변하지 않는다고 그는 꼬집었다.

최근 저출산의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목되지만, 어떤 학자들은 진화론에 근거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한다. 경쟁이 치열해졌고 나 자신의 생존이 급한 상황이니 2세를 보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여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 메모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명목 1인당 GDP가 1990년 6610달러에서 2020년 3만1497달러로 급증했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2018년부터 일본에 앞서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1990년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GDP만 봐서는 '삶의 질'은 챙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행복 순위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부탄은 1972년부터 국가적으로 GNH(국민총행복, 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얘기는 조금 다르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2019년부터 '웰빙 예산'을 편성했다. "성장을 위한 성장"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였다. 이제 우리도 국가 운영에 영향을 주는 주요 지표에 변화를 꾀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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