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위성정당 방지법'의 빈곤한 인식

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2021.12.15 02:05
채진원 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2월9일 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성정당방지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11월12일 "위성정당 창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하면서 위성정당방지법 제정을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지시했다. 그는 "민주당이 소수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한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위성정당방지법으로 정치개혁의 고삐를 조이겠다"고 밝혔다.

과연 위성정당방지법 제정은 적절한 것일까. 이런 주장은 인과론적으로 볼 때 민주당이 다수결주의로 강행처리한 졸속 선거법에 따른 결과가 위성정당으로 이어졌다는 정황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빈곤한 인식에 따른 잘못된 처방으로 보인다.

인과론적으로 볼 때 위성정당은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었을까. 2가지 요인이 크게 작동했다. 첫째, 여야의 충분한 합의부족에 따른 다수파 중심의 선거법이 졸속으로 강행처리되면서 위성정당 출현의 명분을 키웠다. 둘째, 위성정당을 만든 자유한국당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이 만든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에 녹색당, 민중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소수정당이 대거 참여해서 '위성정당의 제도화'에 힘썼다.

이렇게 위성정당이 현실화했다면 이 후보는 다수파 중심의 졸속 선거법을 강행처리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졸속 선거법 강행처리방지법'을 먼저 제안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여야의 선거법 합의가 어려워진 배경이 무엇이고, 야당이 왜 준연동형 선거법을 거부했는지 숙고하는 게 먼저다.


당시 야당은 준연동형 비례제가 대통령제 정부형태에 친화적 제도가 아니면서 집권당을 견제하는 제1야당의 역할을 무력화하는데 효과가 큰 제도라고 인식했다. 야당은 여당이 이것을 밀어붙일 경우 위성정당으로 대처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앞으로 선거법 개정방향에서는 야당의 경고를 고려해 대통령제 정부형태에 친화적인 선거제도를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술적으로 '비례대표제는 내각제 정부형태와 다당제에 친화적이고, 다수대표제는 대통령제 정부형태와 양당제에 친화적이다'라는 '뒤베르제의 법칙'을 참조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제와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것은 실수고 비례대표제에 의해 곤란한 제도가 대통령제 정부형태"라는 정당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반니 사르토리의 언급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당제 및 내각제에 친화적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분단과 주변 강대국 속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1987년 민주화의 성과인 '대통령 직선제' 효과를 훼손하고 '이익정당'들의 파당정치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이런 만큼 군소정당 난립과 파당정치의 당리당략을 막으면서 분단국가의 비애를 헤쳐나갈 대통령 직선제에 친화적인 '한국식 병립형비례제 선거법'(지역구 150석, 비례 150석)을 설계해야 한다. 온건한 양당체제 속 정치적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해 소수정당이 더불어시민당에 들어가서 연합공천을 받은 사례처럼 정당모델을 '빅텐트'와 같은 '포괄정당모델'이나 '네트워크정당모델'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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