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법 '맹점' 노리는 앱마켓, 어떻게 막을 것인가

머니투데이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부교수 | 2021.12.16 03:16
민주주의 체제에서 입법 작업은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하며 개인의 기본권 보장 및 공정·형평· 정의와 같은 헌법 가치를 구현한다. 입법 과정은 복합적인 가치들을 고려하는 난해한 과정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늘 한정적이다. 입법에는 실수도 있기 마련이고, 전혀 예측 못 했던 결과가 법 시행 후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맹점(blind spot)은 수범자들의 적극적인 편법·탈법행위에 의해 비로소 드러나기도 한다. 이 경우 정책당국은 맹점을 적극적으로 수정·보완해 입법취지를 구현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최근 IT 및 디지털콘텐츠 산업 분야의 가장 뜨거운 입법 작업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은 바로 입법의 맹점을 잘 보여준다. 대한민국 국회는 올해 9월 세계 최초로 구글, 애플과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인앱결제 강제 및 고율의 수수료 부과 정책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를 전기통신사업법에 마련했다. 법 개정을 통해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는 금지됐다.

이에 구글은 결제시스템 내에 다른 결제수단을 1개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4% 할인된 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른 결제수단의 제반 비용(외부 PG 수수료 및 카드 수수료)이 4%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구글이 제시한 정책은 실질적으로 구글플레이 결제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법 제정 시 예측 못했던 맹점이 법 시행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법에서 금지되는 '특정 결제방식 강제 행위'의 구체적 유형을 여섯 가지로 정리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법 우회행위를 규제하겠다는 정책당국의 의지를 보여줬다. 개정안에서는 직·간접적으로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다양한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수수료 등에 관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한 별표4의 8호 바목은 구글의 새로운 정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규정은 결국 부과할 수 있는 수수료의 합리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적용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금지행위의 양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데, 법을 우회하는 다양한 방식의 인앱결제 강제행위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결과적으로 사실상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대상으로 삼는 포괄적 규정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는 있지만 공정과 상생을 위한 빅테크 규제의 범 세계적인 논의를 대한민국이 선도하게 될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IT 관련 법정책 논의를 선도하는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주 법당국의 움직임에 산업계 종사자들이 촉각을 세우던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에 세계 IT·디지털콘텐츠 산업 전문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빅테크 산업에서 공정의 국제적 표준을 확립하겠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보다 차분하고 섬세하게 정책 보완을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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