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마트'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실제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본래 식당이나 소매점에 식자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지만, 단순한 식자재에 국한하지 않고 전통시장과 일반 마트 판매 품목까지 두루 취급하는데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일반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식자재마트에 손님을 빼앗긴 소형 슈퍼마켓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상권 보호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전국 곳곳에서 식자재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빚어지고 있다. 2012년부터 대형마트 규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전통시장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식자재마트가 지목되면서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자재마트는 취급품목이나 고객이용패턴 등이 전통시장과 겹쳤다. 유통산업연합회가 분석한 '식자재마트가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도 식자재마트 출범 1년 후 100m 이내 전통시장 매출액이 6.97% 감소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과 근처의 엔씨식자재마트, 시흥시 삼미시장과 근처의 세계로마트, 서울시 중랑구 우림시장과 근처의 우림식자재마트, 제천시 중앙·내토·동문시장과 근처의 씨케이식자재마트 등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김해점이 폐점하고 그 자리에 일등마트가 들어섰듯, 롯데마트 구리점이 폐점하고 엘마트가 입점하는 등 기존 대형마트의 자리를 식자재마트가 대신하는 사례까지 늘며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식자재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한 대기업 계열의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지 않아 대형마트보다 피해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은 대형마트·SSM(기업형슈퍼마켓)에 적용되는 출점규제와 영업규제를 식자재마트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최 의원은 "대형마트를 규제했더니 식자재마트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포식자로 군림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중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 등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적 보호장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 심사 중이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식자재마트 입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구시 의회는 2015년 '서민경제 특별진흥지구 지정·운영 조례'로 전통시장 1㎞ 내에 식자재마트 진입을 제한했다. 조례엔 영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자가 '상권영향 평가서'와 '지역협력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시 의회도 지난해 9월 '골목상권보호지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는 사업자가 '상권영향 평가서'와 '지역협력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개설지역과 시기를 예고하도록 하고 지역업체가 생산한 상품의 납품 확대, 지역 주민 고용촉진 등을 제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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