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정치신인→16년 집권 총리…메르켈 만든 '별의 순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21.12.12 06:40

[서평]책과세계

(베를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올라프 숄츠 새 총리에게 총리직을 이양한 뒤 차량을 타고 있다. (C) AFP=뉴스1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이 사라진다면..."

지난 10월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누군가를 특급칭찬하러 이런 비유가 등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총리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메르켈 총리가 "기념비적인 인물"이라며 "당신이 없는 EU 정상회의는 에펠탑 없는 파리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셸 의장은 프랑스인이다. 참석한 정상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메르켈은 무려 16년간 집권했다(2005년 11월 22일 ~ 2021년 12월 7일). 하지만 아무도 그를 '연성독재'라거나, 장기집권을 꾀하는 권력자로 부르지 않는다. 도리어 해외에선 메르켈이 '에펠탑'과 같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세계정치사에서 가장 주목받았으면서 가장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은 여성 리더. 메르켈의 리더십을 가능하게 한 힘은 무엇일까. 케이티 마튼의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원제 The Chancellor)'은 그 비결을 찾는다. 책을 조금만 읽어도 이 특별한 여성 지도자를 둘러싼 갖가지 에피소드가 쏟아진다.

저자는 메르켈 주변 취재는 물론, 최근 4년간은 메르켈의 허락을 얻어 집무실을 드나들 수 있었다. 그곳에는 장식을 싫어하는 '미니멀리스트'이면서도, 방문한 VIP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며 심리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메르켈의 숨은 면모가 있었다.

또 집권후 거의 바뀌지 않은, 여성으로 구성된 최측근 비서팀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후 독일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메르켈 비서진을 보고 '아직도 똑같은 사람들'이라며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가 있다. 마튼이 처음 집무실을 찾았을 때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책을 읽고 있었다고.

(베를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올라프 숄츠 새 총리에게 총리직을 이양한 뒤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놀라운 면도 있다. 메르켈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헬무트 콜의 추락 때 그를 돕기는커녕 그의 몰락에 쐐기를 박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리곤 당내 2인자까지 제치고 마침내 총리에 오른다. 메르켈 버전으로 '별의 순간'을 잡은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용맹성과 단호한 태도"인데, 평소엔 이걸 잘 드러내지 않았다.

단편적이지만 이런 장면과 장면들이 모여 어느새 입체적으로 메르켈이란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개인사와 집필 과정도 흥미롭다. 케이티 마튼은 헝가리 출신으로, 그 부모님은 냉전시대 스파이혐의로 체포된 일이 있다.


마튼은 미국으로 이주, 기자로 일하며 ABC 뉴스 서독 특파원을 지냈다. 남편인 고(故) 리처드 홀브룩 전 주독일미국대사를 통해 2001년 메르켈과 처음 만났다. 냉전시대 동유럽 국가에서 여성으로 성장, 서방으로 이주한 경험은 인생경로가 비슷한 메르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퇴임한 메르켈은 지난달 30일 G20 회의때 문 대통령 등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후임 올라프 숄츠 당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소개하는 등 선임자 역할에도 충실했다.

메르켈은 독일 정치권에 삼중, 즉 세 겹의 아웃사이더로 출발했다. 동독 출신, 이과(과학자)인 건 쉽게 맞출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독자가 본문에서 찾아보길 권한다.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케이티 마튼 씀, 윤철희 옮김/모비딕/2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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