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열광 유튜브 채널 '에션셜'…"보는 음악 뜰줄 알았죠"[판교통신]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21.12.11 09:00

이가영 NHN벅스 콘텐츠제작팀 뮤직PD 총괄매니저

이가영 NHN벅스 컨텐츠제작팀 뮤직PD 총괄매니저 /사진=NHN벅스
'슬슬 연말 분위기를 내볼까요? | 퍼펙트 크리스마스 캐롤 플레이리스트'
'아니, 이런 노래는 어떻게 아는거야?? 너무 좋자나(좋잖아)... | 노래 좀 듣는 애 플레이리스트'

요즘 음악 좀 듣는다는 MZ(밀레니얼제트, 1980년대 후반~2000년대생) 세대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이런 플레이리스트 제목의 영상이 자주 뜬다. 7일 현재 구독자 76만4000여명을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 'essential;'(에센셜;)의 콘텐츠다. essential;은 최근 MZ세대를 사로잡은 대표적인 음악 채널로 입소문을 탔다.

'essential;'은 이른바 '힙한'(최신 유행에 민감한) 팝송을 30곡 안팎으로 모은 한두 시간 남짓 길이의 영상을 주로 올린다. 정중앙에 'essential;' 로고를 적어 넣은 썸네일 이미지가 채널의 트레이드 마크다.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MZ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 썸네일 이미지 자체가 '힙함'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홈파티 사진 등을 검색하면 노트북 화면이나 모니터, 스크린에 'essential;' 썸네일을 띄워놓고 찍은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감성샷'에서는 'essential;' 채널 영상 썸네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검색 캡처
각 플레이리스트 제목도 매 시기의 날씨, 분위기나 그 시기에 떠오르는 영화나 도시, 장소 등을 연상시키는 감성을 담았다. 보통 제목과 이미지가 연관된다. 이를테면 '뉴욕의 연말 분위기, 화려한 5번가로 떠나볼까요?'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뉴욕의 화려한 밤거리 사진을 배경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청취자들은 제목과 이미지, 음악이 어우러져 '음악 들을 맛'이 난다는 반응을 보인다. "당신..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요!"(닉네임 '오모나')라며 정체를 궁금해 하는 이용자도 적지않다.

베일(?)에 가려 있던 이 채널의 운영자는 이가영 NHN벅스 콘텐츠제작팀 뮤직PD 총괄매니저(34)다. 본인 역시 MZ세대인 이 매니저가 기획해 2019년 6월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벅스가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오래된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오히려 MZ 세대 감성에 맞는 음악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21년차 음악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의 내공이 사람들의 감수성을 저격한 비결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를 경기 성남 판교 NHN 사옥에서 만나 essential; 채널 운영 뒷얘기를 들었다.


"'보는' 콘텐츠에 익숙한 MZ 세대…'보는 음악' 뜰 거라고 봤다"


유튜브 'essential;' 채널 /사진=유튜브 캡처
- 유튜브 채널명 'essential;'은 어떤 의미인가.
▶ 영어 단어 'essential'이 '필수적인'이라는 뜻이지 않나. 음악이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에 필수적인 요소로 스며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었다. 채널의 근간이 되는 '뮤직 PD' 서비스를 처음 출시할 때 후보로 거론되던 서비스명이기도 하다. 트렌디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벅스의 '부캐(부 캐릭터)'처럼 만들었다.

- '뮤직 PD' 서비스가 뭔가.
▶ 2011년부터 10년째 이어져 온 벅스의 서비스다. 음악을 사랑하는 약 200명의 선별된 이용자들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제출하면 벅스 직원들이 심사해서 '뮤직 PD 앨범'으로 공개한다. 매일 한 앨범당 25~30곡씩 담긴 20~30개 앨범이 공개된다. 벅스만의 좋은 음악 콘텐츠를 소개하려고 기획된 서비스라 세세한 제작 가이드와 검수 시스템에 따라 앨범 컨셉과 어울리는 선별한다. 뮤직 PD로 활동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월 이용권 등 소정의 보상이 주어지는데 방송작가, PD, 회사원, 학생, 주부 등 각종 직군의 이용자들이 여가 시간을 할애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일종의 '집단 감수성'을 담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essential; 채널과 '뮤직 PD'는 어떻게 연관이 있나.

▶ 10년간 누적된 뮤직 PD 앨범 중에 선별한 앨범이 유튜브 채널용 콘텐츠로 제작된다. 하지만 essential 콘텐츠 중 일부는 제가 직접 만들기도 한다. 최근 알고리즘을 타고 1300만회 재생을 넘긴 '슬슬 연말 분위기를 내볼까요? | 퍼펙트 크리스마스 캐롤 플레이리스트'가 저한테는 가장 의미 있다. 직접 1년 전 60곡 정도를 모아 2시간56분짜리 영상으로 올렸는데 성과가 좋아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 벅스는 2000년대 국내 대표 음악 플랫폼으로 꼽힐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유튜브 뮤직' 때문에 경쟁사이기도 한 유튜브상에서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 음원서비스 업계에서도 이례적인데.
▶ MZ세대에게는 음악도 듣는 콘텐츠가 아니라 '보고 즐기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를 새로 진출할 플랫폼으로 선정하고 썸네일 이미지를 공들인 이유다. 몇 년 전 유튜브의 '온라인 탑골 공원' 콘텐츠('가요 톱텐' 등 1990~2000년대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영상을 모아둔 영상)에 MZ 세대가 모여들어 댓글로 추억을 공유했던 현상도 주목했다.

- 구독자가 70만명도 넘었는데 유튜브로부터 '실버 버튼'(10만명 이상 채널에 주는 상패)도 받았나.
▶ 콘텐츠의 메인인 음악의 저작권이 벅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버 버튼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 사실 NHN벅스에 돌아오는 유튜브 수익도 없다.(웃음) 영상에 광고가 붙는데 그것도 유튜브가 자동을 붙이는 거라 조금 억울하다.


워크맨부터 AI 추천 음악까지 소비해본 세대…"믿고 듣는 플레이리스트 만들 것"


이가영 NHN벅스 컨텐츠제작팀 뮤직PD 총괄매니저 /사진=NHN벅스
- 음원 플랫폼 회사의 콘텐츠 제작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에서는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는데 대중음악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전공과 관계 없는 음원 레이블에서 인턴을 하게 됐다. 숨겨진 음악을 발굴하고 큐레이션 하는 것이 좋았는데 일하다보니 결국 소비자에게 음악을 추천하는 주체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서 벅스에 입사하게 됐다. 2014년 입사할 때만 해도 플랫폼 규모가 멜론 다음 벅스였고 제 자신도 벅스에서 '뮤직 PD'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NHN벅스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명반 추천을 하는 '추천앨범 리뷰'라는 매거진 콘텐츠를 만들어서 글을 썼다. 하지만 점점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수요가 줄고 영상 콘텐츠 수요가 늘어난다고 판단해서 essential;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 MZ세대 콘텐츠 제작자로서 MZ세대가 원하는 '힙한 콘텐츠'가 뭐라고 생각하나.
▶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내 취향대로 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담은 콘텐츠 아닐까. 워크맨부터 mp3플레이어, 인공지능(AI) 추천 음악까지 다양한 형태로 음악을 들어본 세대로서 결국 믿고 들을 수 있는 양질의 음악이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플랫폼이 나아갈 방향도 누구든지 취향 저격 당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스토리텔링인 것 같다. 앞으로도 '믿고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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