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주범은 '옛말'…대산공단, '수소 1번지'로 거듭난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 2021.12.07 05:23

국내 석유화학 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대산산업단지가 수소산업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이곳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 개척에 나섰기 때문이다. 잇따른 가스누출·폭발 사고와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넘어 탄소 중립 시대의 주연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산산업단지는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여수국가산업단지 등과 더불어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다. 울산·여수 등이 국가가 주도해 조성한 산업단지라면, 대산단지는 1998년 10월 민간에 의해 설립된 산업단지다. 민간이 설립한 뒤 정부·지자체의 육성 노력이 더해져 점진적으로 규모를 키웠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일대 △서산대산일반산업단지 △대죽비축산업단지 △대산컴플렉스일반산업단지 등을 통칭해 대산공단이라 일컫는다. LG·롯데·한화·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 석유화학 사업장이 밀집했다. 주요 기업들의 탄소중립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곳 공단의 성격도 점차 변모하고 있다. 수소 등 친환경 투자가 잇따라 활기를 띠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소재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을 준비하면서 대산공단에만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총 10개 신규공장을 설립한다. 지난 9월 친환경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바이오 원료 확보를 위해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LG의 신규공장은 내년 초 착공해 오는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LG의 신규 HVO 공장은 바이오디젤 전문기업 단석산업과 합작사(JV) 형태로 설립된다. 완공 후에는 국내 첫 HVO 공장으로 기록된다. HVO는 폐식용유 등 식물성 원료로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 오일이다. 차량용 바이오디젤이 1세대 바이오 오일이라면 HVO는 항공유·석유화학 원료로도 사용가능한 차세대 바이오 연료다. 현재 LG화학은 친환경 사업을 위한 나머지 9개 신규공장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부생수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3만톤 규모의 연산량을 오는 2026년까지 44만톤까지 확대하고 저장량을 60만톤으로 늘리는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울산·여수 등과 더불어 거점 부생수소 생산기지 중 한 곳이다. 생산된 부생수소 활용도도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프랑스의 에어리퀴드와 부생수소를 활용한 전국적인 수소충전소 구축, SK가스와 블루·그린수소 생산 협력 구축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한화그룹도 여러 계열사가 대산공단에서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7월 대산단지에 세계 최초로 부생수소를 활용한 50MW 규모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했다. 연간 40만MWh 전력을 생산해 충남지역 1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한다. 이곳 발전소에 공급되는 부생수소는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을 위한 대규모 실증사업도 대산공단에서 이뤄진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6월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한국서부발전과 55% 수소혼소율 실증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수소혼소 가스터빈은 기존 천연가스와 수소를 함께 태워 발전하는 방식이다. 수소혼소율 55%는 상용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한화임팩트는 한국서부발전 평택1복합발전소에서 운영하던 80MW급 가스터빈을 대산공장으로 옮겨 다양한 실증 및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석유화학계열사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친환경 등을 3대 중점 미래사업 지목하고 대산공장 활용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블루수소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공정에서 생산되는 수소를 일컫는다. 현대오일뱅크 수소 연산능력은 20만톤 수준이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내년 상반기 완공되는 '액체 탄산 생산공장'을 통해 해결한다.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전량을 회수해 제품화하는 셈인데, 국내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이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블루수소 전진기지로 거듭난다. 블루수소는 지난 8월 마련된 고순도 수소 정제설비를 통해 자동차용 수소로 재탄생한다. 현대오일뱅크는 DL이앤씨와 탄소저감 친환경 건축자재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어서, 대산공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지자체도 나섰다. 충청남도는 부생수소 생산거점인 대산단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당진·태안 수소도입 구상,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블루수소 플랜트 등과 연계해 일대를 국내 최대 수소생산 클러스터로 만드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공단 입주사 관계자는 "대산공단은 기존 석유화학사업 인프라가 갖춰졌으며 항구를 끼고 있어 원료와 제품의 수출·입 등이 용이하다"면서 "울산·여수와 비교했을 때 기존 사업시설 인근에 개발 가능한 부지가 풍부하고 수도권과도 가까워 수소 등 새로운 친환경 사업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