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불매란 무서운 단어다. 매출이 급감하며 존폐 위기에 설 수 있어서다. 불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정치 리스크도 그 중 하나다. 기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입장에 서면 그 반대에 있는 소비자들이 불매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있던 기업이 정치권에 휘말리며 불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오뚜기 이야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만든 플랫폼 '재명이네 슈퍼'에서 최근 오뚜기 상표를 활용해 이 후보 지지 패러디물을 만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오뚜기 로고와 제품 사진에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지지율' '따뜻한인품잼' '이재명이잼' 등 문구를 넣은 것이다.
해당 홍보물을 본 한 누리꾼은 이 사실을 오뚜기에 제보했다. 오뚜기에 해당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취지의 질문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이 누리꾼에 "허락 없이 오뚜기 로고 상표를 무단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며 "오뚜기는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이후 오뚜기는 재명이네 슈퍼 측에 상표 사용 게시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자 재명이네 슈퍼 측은 게시글을 통해 "개그를 다큐로 받는 오뚜기 보세요. 더러워서 안 쓰겠습니다. 즐~"이라며 "이제 늬들꺼 안사머거(사먹어)"라고 대응했다. 이에 적반하장식이란 비판이 일자 재명이네 슈퍼 측은 재차 게시글을 띄워 "앞으로 THE(더) 신중하겠다"며 사과했다. 6일엔 홈페이지 공지글을 통해 당분간 운영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했지만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를 접한 일부 소비자가 오뚜기 불매를 거론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받은 뒤로 '갓뚜기'로 불리며 여권 지지자들의 옹호를 받기도 한 오뚜기라 이 후보 지지 홍보물에 더 예민하게 대응한 면도 없잖아 보인다.
기업에 정치색은 독이다. 프랜차이즈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국대에프앤비는 김상현 대표가 2019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등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했다가 불매 운동이 확산돼 그해 매출이 전년 대비 95% 급감한 바 있다.
흔히들 기업이 살아아 국가 경제가 산다고 한다. 정치적 문제로 굳이 기업을 흔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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