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유한양행이 자산화한 레이저티닙 R&D 비용은 총 551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저티닙 R&D 비용이 자산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였다. 지난해 4분기 326억원이 자산화됐고, 올해도 225억원이 자산으로 반영됐다.
레이저티닙 개발 비용의 자산화가 시작된 배경은 이 신약이 글로벌 임상 3상 진입이다. 2018년 금융위원회는 신약 개발의 임상 3상 개시 승인 이후 제약사의 개발비 자산화가 가능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내놓았다. IFRS(국제회계기준)상 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높은 개발비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자산화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자 임상 3상을 자산화 시점으로 제시한 것.
따라서 지난해 글로벌 임상 3상이 시작된 레이저티닙은 IFRS 조건은 물론 국내 감독지침도 충족한 셈이다. 업계 전반에서도 3상에 접어든 이 신약의 개발 성공과 이에 따른 실적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 1월 임상 3상 진행을 조건으로 EGFR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 중 이전에 폐암 치료를 받은 적 있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지난 7월에는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결정됐다.
해외에서는 레이저티닙을 유한양행으로부터 도입한 얀센의 '개발 융단폭격'이 진행중이다. 얀센은 자사가 개발한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관련 임상 4건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5조원 매출을 전세계에서 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를 뚫기위한 개발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당 수천억원 비용이 투입되는 대규모 임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얀센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미 유한양행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으로 반영된 551억원은 자산 증식은 물론 실적 버팀목 효과도 냈다. 해당 금액이 비용으로 반영되는 대신 자산화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개선효과가 발생했다. 1년간 레이저티닙 자산화 규모는 2018년 얀센에 이 신약을 기술수출하고 유한양행이 받은 계약금 5000만달러(약 590억원)와 맞먹는다.
레이저티닙 관련 자산화 규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어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진입하면 신약 성공확률도 올라가지만, 그만큼 연구개발비 규모도 커진다"며 "3상 진행 과정에서 관련 개발비 일부가 앞으로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비 자산화 효과에 더해 얀센으로부터의 마일스톤 수취도 이어질 예정이다. 얀센과의 기술수출 계약 조건에 따라 계약금 약 592억원을 제외한 약 1조4000억원이 개발 진행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 등으로 유한양행에 유입될 예정인데, 지금까지 약 1000억원 정도가 마일스톤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신약 하나로 이 같은 마일스톤 유입 효과에 더해 자산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셈.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레이저티닙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한편 경쟁 약물과의 경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신약 효과 1석 2조를 위한 최선의 시나리오"라며 "추후 개발 상황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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