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주말 이 VIP룸은 텅 비었다. 개인 제트기와 호텔 스위트룸, 편리한 금융서비스 등을 앞세워 자산가들을 불러 모으는 이른바 '정킷(Junket)' 영업의 대가인 앨빈 차우 선시티그룹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당국에 긴급 체포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6일 '마카오 도박왕' 앨빈 차우와 관계자들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마카오 카지노 VIP 객장 손님들이 발길을 끊었고, 증시에서 카지노 종목 주가가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차우는 중국 본토에 도박 손님을 모으는 호객 대행 네트워크를 만들어 원정 도박과 온라인 도박을 알선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인민검찰원이 지난 26일 차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승인했으며 마카오 수사당국이 27일 소환 조사했다. 수사 당국은 "관련 금액이 이례적으로 커서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07년 윈 마카오 호텔 카지노에서 시작한 선시티그룹을 아시아 전역 VIP용 도박장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키운 차우의 몰락으로 마카오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차우는 한국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그룹과 정킷 계약을 맺는 등 한국에서도 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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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들 자취감춘 마카오, 카지노주 주르륵…"다른 산업 키워라" 당국의 신호 ━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인 안젤라 헨리는 "마카오 카지노에서 VIP 게임이 없어지면 전체 수익의 34%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여파로 마카오 내 주요 카지노업체 6곳의 주가를 추종하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지수는 하루 만에 7.6% 하락하는 등 2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차우의 체포는 얼마 전 중국 당국이 '공동부유'를 앞세워 마카오 카지노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의 후속 조치라는 해석이다. 돈 세탁, 중국 본토 국부 유출 등이 마카오에서 이뤄진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은 카지노 산업 옥죄기에 나선 바 있다. 컨설팅업체인 아이게이믹스(IGamiX)의 벤 리 매니지먼트 파트너는 "마카오 도박산업이 본토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판단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를 엿볼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마카오에 카지노가 아닌 다른 관광산업으로 손님을 유치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특별행정구인 마카오 전체 세금수입의 80%,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카지노에서 나오는 만큼 선시티의 몰락이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풀이다. 특히 마카오 카지노 매출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80% 이상 감소한 상황에 터진 악재여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월 마카오 카지노 게임매출은 5억4500만달러(약 6500억원)로 2019년 같은 달보다 8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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