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국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6개월 남았는데요. (웃음) 저는 아주 긴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이 위기관리 연속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6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긴장 놓지 않고, 또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많이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 일상으로'에서 "문재인정부는 말년이 없다"는 얘기를 이처럼 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청와대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에게 강조해온 걸 국민 앞에서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 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여의도에선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자화자찬을 늘어놨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의 이런 반응은 쉽게 예상됐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미묘하다.
지금쯤이면 과거 권력인 현직 대통령보다 미래 권력인 대선 후보가 더 주목을 받아야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면에 나와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하는데,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이 여전히 모든 이슈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연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놔야하는 이 후보 측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대국민 홍보 행사가 부담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국민 맨 앞에 등장해서 바람몰이를 해야하는데, 국민과의 대화를 보니 여전히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정권유지를 원하는 국민들보다 많은 것으로 나오는 상황에선 이재명 캠프의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여론조사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39.8%로 조사됐다. 최근 실시한 '국민과의 대화'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한 때 60%를 돌파한 부정평가도 50% 중반대로 떨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주요 후보 간 5자 가상대결은 윤석열 후보가 38.4%로 37.1%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와 1.3%포인트(p) 차이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5%,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1% 순이다. 그외 인물은 2.3%, 없다 7.9%, 모름/응답거절 4.8%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한 상황인 탓에 이 후보와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와 차별화 시도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친문'(친 문재인) 표심을 확실히 다진 후 중도 표심까지 가져와야 하는데 이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강성 친문을 버려야 중도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크게 부각되지 않길 바란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거 여러 정부에선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바닥이거나 권력형 비리로 수세에 몰릴 때 탈당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창당 등을 통해 확실히 선을 긋고 나갔는데, 지금은 '언감생심'이란 분위기다.
그렇다고 정권이 끝날때까지 손놓고 일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일주일에 1~2회 외부 현장 일정이 있고, 각종 회의와 행사 등으로 쉴 틈이 없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결국 민주당이 '이질적인 차별화'보다 '화학적인 융합' 등을 통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높여나가는 전략이 현실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이나 특정 후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는 일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년 없는 정부답게 오로지 민생과 관련된 일에 대통령 임기가 끝날때까지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6313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1011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16%다. 유·무선 전화 인터뷰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무선 88.3%, 유선 11.7%다. 표본은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및 유선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했다. 올해 10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기준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방식으로 가중값을 산출 및 적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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