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FILA)는 유행 탄다?" 왕년에 잘나가던 휠라의 고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1.11.25 10:38

3분기 '보복소비' 패션 호황에도...휠라, 매출 하락세 이어져

2021년, 휠라(FILA)는 유행 지난 브랜드가 됐을까.

2015년 환골탈태에 성공해 MZ세대(18세~34세)를 사로잡는 뜨거운 브랜드로 복귀한 휠라(FILA)가 최근 주춤하다. 올해 '보복소비'를 딛고 패션 브랜드 매출 회복세가 가파른 가운데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휠라가 1020 고등학생·대학생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며 4050 중장년층에서 미취학·초등학생까지 모두가 입는 '국민 패션 브랜드'로 복귀한 게 불과 3년 전이다. 하지만 요즘 1020세대는 휠라를 '최선호' 브랜드로 꼽지 않는다.

나이키가 국내 스니커즈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Z세대 교복'으로 불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비롯해 MLB 등 강력한 브랜드가 부상했으며 키르시, 아이오아이, 커버낫 등 신생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1020 패션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심지어 발렌시아가, 톰브라운, 루이비통 등 명품까지 1020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보복소비로 의류 소매판매가 크게 회복된 지난 3분기 휠라홀딩스의 한국 매출액은 10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비 28.2% 줄었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12.6% 줄었고 휠라 자사몰 판매는 25.6%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쿠팡과 홈쇼핑 등 도매 채널 매출도 -4.6%로 부진했다. 지난 2분기 한국 매출액도 1221억원으로 전년비 6.4% 줄어든 바 있다.
이는 3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이 10% 늘고, 한섬과 코오롱FnC도 각각 14%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성과다.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도 3분기 매출 호조세가 계속됐다. 패션업계 전반이 보복소비로 인한 축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휠라'의 부진이 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15년~2018년 브랜드 부활에 성공한 휠라는 '유행'이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유행에 민감한 1020을 주 고객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1020의 관심이 다른 브랜드로 옮겨가자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휠라가 '유행을 탄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이는 유행을 타지 않는 나이키 같은 브랜드와 비교할 때 매우 불리한 점"이라며 "유행이 돌면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만 '유행이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매출 하락을 막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휠라홀딩스의 매출은 휠라 외에도 글로벌 3대 골프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자회사 아쿠쉬네트와도 연결된다. 아쿠쉬네트는 골프 호황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지만 정작 휠라 본연의 매출은 정체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외에 미국에서도 매출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휠라는 글로벌 스타인 BTS(방탄소년단)를 모델로 발탁해 마케팅에 힘을 쏟았지만 유행이라는 거대한 물줄기의 변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

휠라 110주년 기념 컬렉션 이미지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휠라는 주력 소비층 확장 및 단가 인상을 통한 브랜드 노후를 탈피하고 리브랜딩을 할 필요가 있다"며 "매출 성장과 마진 개선의 동반 실현을 통한 브랜드 가치 입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올해로 탄생 110주년을 맞은 휠라는 브랜드 본연의 정체성을 되살려 퍼포먼스(기능성 스포츠 제품) 라인을 강화하기로 방향성을 정했다. 글로벌 스포츠 업계의 신화적 존재가 된 나이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퍼포먼스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뿐 아니라 지속 성장해서다. 2021년을 '퍼포먼스 강화의 원년'으로 정한 휠라는 글로벌 차원에서 '휠라 퍼포먼스 슈즈 프로젝트'를 출격하는 등 유행을 타지 않는 '기능성 스포츠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제2의 휠라로 낙점한 케즈(Keds)를 필두로 포트폴리오도 확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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