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편리한' 알뜰폰, 1000만 넘었는데…앞으로가 걱정?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수현 기자 | 2021.11.25 05:30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 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승래 국회의원, 양정숙 국회의원, 김영식 국회의원./사진제공=과기정통부
국내 알뜰폰(MVNO) 시장이 1000만 가입자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10년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도입된 후 11년 만의 성과다. 정부와 알뜰폰 업계는 '포스트 1000만' 시대를 준비하며 더 저렴하고 편리한 알뜰폰을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다만 일각에선 1000만 달성이 실제로는 사물간통신(M2M) 가입자 증가에 크게 의존한 탓에 '양적 성장'에 안주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알뜰폰은 2010년 9월 도입 이후, 2015년 가입자 500만명을 넘어섰고, 도입 11년만인 2021년 11월 첫주 기준으로 1000만명을 달성했다. 지난 21일 기준 가입자 수는 1007만명으로 집계됐다.

알뜰폰의 인기는 최근 약정에서 자유로운 저가 요금제와 자급제 단말기를 결합한 이른바 '알뜰폰 꿀조합'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광받으면 탄력을 받았다. 또 이통3사의 고질적인 5G(세대) 품질 논란이 오히려 LTE 중심의 저가 요금제가 주력인 알뜰폰 업계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매대가 추가 인하, e심 도입…알뜰폰 고객 더 늘린다


이날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에서 열린 1000만 가입자 기념행사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올해는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은 아주 뜻깊은 성과를 이룬 해"라며 "이통3사가 시도하지 않는 다양하고 획기적인 서비스를 알뜰폰 업계가 제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파손보험과 e심 도입으로 알뜰폰 저변을 추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정부와 업계는 알뜰폰 '종량제' 도매대가를 기존의 데이터 1MB당 2.28원에서 1.61원으로 약 30%, 음성 1분당 10.61원에서 8.03원으로 약 24% 내리기로 했다. 이통사(MNO)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에게 도매대가는 가격 결정의 핵심 요소다. 이번 결정으로 요금을 더 내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셈이다.

아울러 알뜰폰 종합포털 '알뜰폰허브'에서 월 4750원으로 휴대폰 액정, 완전파손, 침수 등에 대해 최대 80만원을 보장하는 자급제폰 파손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알뜰폰 유심 개통의 불편을 덜기 위한 'e심' 도입도 추진된다. e심은 내장형 심카드로, 휴대폰에 꽂는 물리적 형태의 유심과 달리 휴대폰에 기본적으로 내장돼 있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듯 이용자 정보를 내려 받아 설치하면 개통이 끝난다. 별도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알뜰폰의 취약점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이다. 알뜰폰 사업자 중에선 '스테이지 파이브'가 내년 상반기 e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1000만 달성…숨은 공신은 완성車 업체?


정부와 업계 모두 1000만 달성에 고무적인 표정이지만, 가입자 형태를 뜯어보면 실상은 '축포'를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는 기기간 통신 즉 M2M 서비스의 확산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M2M 서비스에 활용되는 회선의 대표 사례는 완성차업체들이다. 이른바 '커넥티드 서비스'로 불리는 차량의 원격제어와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에 자체 통신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로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현대차·기아차·벤츠코리아·르노삼성·테슬라 등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수십만 내지 수백만개 알뜰폰 회선을 보유했는데, 이들이 실제 알뜰폰 1000만 달성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체 1000만 가입자 중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알뜰폰 가입자(M2M 제외)는 598만명(선·후불 합계)에 그친다. 2018년 M2M 제외 알뜰폰 가입자가 700만명을 넘어섰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내리막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장기 미사용 회선을 직권해지(약 130만회선)한 것에 따른 것일 뿐 후불 회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알뜰폰 업계 일각에서 '성장의 한계를 걱정해야 할 때'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이통사 계열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고유 경쟁력 확보와 새로운 시장 발굴에 소홀한 채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에 매달려 가격 경쟁만 벌이다가는 '저가 서비스' 이미지만 고착화되며 업계 자체가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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