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 놈이 또 찍는다…'불법촬영'범죄, 재범 늘었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박수현 기자 | 2021.11.24 16:26
/사진=이미지투데이
#A씨는 지난해 11월5일 오후2시40분쯤 전남 목포에 있는 미용실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B씨의 치마 속 영상을 촬영하다 적발됐다. 동종 범죄로 전과 2범이었던 A씨가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1년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지난 1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지난 4월 기각됐다.

휴대전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 지하철, 놀이공원, 숙박업소, 공중화장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재범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3만 9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동종 전과가 있는 재범자는 △2015년 260명 △2016년 236명 △2017년 349명 △2018년 460명 △2019년 397명 △2020년 371명 등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범행 이후에 불법촬영물을 소지 또는 유포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법촬영 전체 검거인원 가운데 2회 이상 적발된 비중은 2015년 6.5%에서 2020년 7.2%로 5년 사이 증가했다.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경우 특히 불법촬영 재범률이 높았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이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카메라등을 이용해 촬영 범죄를 저지른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428명 가운데 321명(75%)은 동종 범죄로 신상정보가 재등록됐다.

전문가들은 신고와 체포가 쉽지 않은 불법촬영 범죄의 특성상 암수범죄(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봤다. 또 불법촬영 범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촬영 검거인원 통계 자체에 암수범죄가 많을 것"이라며 "현재도 재범률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동종 범죄자는 더욱 교묘하게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재범에도 암수율이 높을 것이다. 실제로는 재범률이 더 높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불법촬영 범행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유형이 연인 관계나 합의하 성관계에서 동의없이 찍는 것인데 다른 성범죄보다도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불법촬영 재범률을 일반 형사 사건의 재범률과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n번방 사건을 기점으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형량이 많이 상향됐지만 여전히 유포가 포함되지 않은 촬영에 대한 처벌 수위는 너무 낮다"며 "피의자의 변명이 통하고 가볍게 처벌되면 '범행을 반복해도 된다'는 학습 효과를 남긴다"고 했다.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형량 강화가 아니라 신상공개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불법촬영도 촬영물에 따라 처벌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형량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해 피해자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불법촬영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행위중독'(부정적 결과가 예측됨에도 특정 행위를 지속해 통제력을 잃는 상태)에 이른 사람이 처벌 수위가 높다고 행위를 멈추지는 않는다. 성범죄 치료프로그램 등 현행 정책들의 효과를 검증하고 범죄 유형에 따라 치료 혹은 엄벌 등 적합한 처분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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