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추격·바이든에 화답…삼성 美투자 깃발 꽂았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심재현 기자 | 2021.11.24 13:43

삼성전자가 2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최종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에 올라서겠다는 삼성의 로드맵과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이번 계획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미국 백악관 고위 인사들과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조율하면서 확정됐다. 설리번 보좌관과 디스 위원장 모두 지난 4월 백악관이 삼성전자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책 회의를 했을 때 참석한 인사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움직이면서 삼성의 행보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현지공장 신규 투자를 공식화하고도 6개월가까이 부지를 확정하지 못하다가 이 부회장의 출장으로 공식화하게됐다. 이 부회장은 미국 측 인사들과의 회동에서 삼성의 반도체 공급 역할론과 세부 투자사항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역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 하겠다. 꼭 해내겠다"고 발표하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 집중해왔다. 테일러 신규 공장 설립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본격적 닻을 올린 셈이다. 올해 첫 경영행보도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 참석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직후인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파운드리 삼국지(삼성전자·TSMC·인텔) 경쟁 본격화


신규 공장 설립으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1위 TSMC를 넘어설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TSMC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테일러 신규 공장은 약 500만㎡(150만평)로 기존 오스틴 공장 규모의 4배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또 미국 전반에 포진된 퀄컴과 구글, 엔비디아 등 다양한 고객사 확보를 위한 기반이 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 DS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만나 "단순추격, 격차 벌리기로는 안된다"며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자"고 의지를 드러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테일러시 공장 신설로 삼성전자가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등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TSMC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서 주도권 확보


미국 주도로 재편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이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세계 1위 반도체 국가지만 생산은 외부에 맡기고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주력해오다가 코로나19 이후 공급 타격을 받았다. 반도체 공급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내 생산 인프라 역시 늘리겠단 계획을 밝히며 삼성과 TSMC 등에 직간접적 미국 투자를 요구해왔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투자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신규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 역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공장 신설로 미국 역시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생산 인프라 확충 등 수혜를 누리게 됐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며 파운드리 관련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중인만큼, 반도체 업체들에 여러 세제 혜택 등을 제안했다"며 "삼성 입장에서도 이러한 혜택을 고려해 미국 추가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 위상 강화


이번 투자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경제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 상 소프트웨어와 설계 등 우수 전문 인력이 많이 요구된다. 공장이 미국에 건설되더라도 국내 첨단 R&D(연구개발)센터 역할이 커지면서 국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미국 공장에 소재와 부품 등 국내 기업 생산품이 일부 들어갈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연관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1위인 미국이 삼성 측에 직접 투자를 요구했단 사실만으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이번 투자를 계기로 미국과 한국 양국이 협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