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최종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에 올라서겠다는 삼성의 로드맵과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이번 계획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미국 백악관 고위 인사들과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조율하면서 확정됐다. 설리번 보좌관과 디스 위원장 모두 지난 4월 백악관이 삼성전자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책 회의를 했을 때 참석한 인사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움직이면서 삼성의 행보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현지공장 신규 투자를 공식화하고도 6개월가까이 부지를 확정하지 못하다가 이 부회장의 출장으로 공식화하게됐다. 이 부회장은 미국 측 인사들과의 회동에서 삼성의 반도체 공급 역할론과 세부 투자사항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역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 하겠다. 꼭 해내겠다"고 발표하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 집중해왔다. 테일러 신규 공장 설립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본격적 닻을 올린 셈이다. 올해 첫 경영행보도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 참석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직후인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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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삼국지(삼성전자·TSMC·인텔) 경쟁 본격화━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테일러시 공장 신설로 삼성전자가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등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TSMC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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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서 주도권 확보━
삼성의 공장 신설로 미국 역시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생산 인프라 확충 등 수혜를 누리게 됐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며 파운드리 관련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중인만큼, 반도체 업체들에 여러 세제 혜택 등을 제안했다"며 "삼성 입장에서도 이러한 혜택을 고려해 미국 추가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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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 위상 강화━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미국 공장에 소재와 부품 등 국내 기업 생산품이 일부 들어갈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연관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1위인 미국이 삼성 측에 직접 투자를 요구했단 사실만으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이번 투자를 계기로 미국과 한국 양국이 협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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