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공장부터 구글 칩까지…이재용 美출장에 또렷해진 뉴삼성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1.11.24 05: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CEO(최고경영자)를 만났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추격이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 (미국 현지시간 21일 DS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연구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 삼성' 비전을 다시 강조하면서 열흘 동안의 북미 출장을 마무리했다.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 2공장 투자 계획부터 바이오·차세대 통신·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의 미래 먹거리 발굴까지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그려낸 청사진과 성과가 적잖다. 24일 귀국을 앞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움직이니 삼성이 빨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표적인 성과가 파운드리 투자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기간 미국 현지 파운드리 2공장 계획을 발표하고도 세제 혜택 등의 문제 때문에 반년 넘게 부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19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원들과 백악관 고위 인사를 잇따라 만나 파운드리 공장 신설에 대한 최종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이와 관련,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최종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낙점했다"며 "이르면 24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의 장고가 마무리되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새로운 생산기지 구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TSMC, 인텔의 대규모 투자 발표와 맞물려 제기됐던 삼성의 투자 실기(失期) 우려도 씻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5년 4개월만에 이뤄진 북미 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 부회장의 언급대로 '가보지 않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삼성'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21일 DS미주총괄 방문 현장)는 게 이 부회장의 진단이다. 글로벌 삼성을 가능케 했던 초격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를 개척하는 선두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지가 이번 출장 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매일 이어진 강행군에서 이 부회장의 각오가 엿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전 마지막 날인 22일(현지시간)에도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소프트웨어와 ICT(정보통신기술)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과 구글은 10여년 전부터 '밀월 관계'라고 할 만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자체 설계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탑재하기로 한 가운데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이 시스템 반도체와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시장 등에서 이른바 '안드로이드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16일)와 버라이즌(17일),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20일) 최고경영진도 만났다. 모두 바이오·5G(5세대) 통신·AI·시스템 반도체 등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과 밀접한 행보다.

재계 한 인사는 "이번 미국 출장은 이 부회장이 창업자의 각오로 '뉴삼성'을 향한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신성장 사업 기반을 다지고 구글, MS, 아마존, 버라이즌 등 다양한 사업파트너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하면서 삼성의 변화와 새로운 도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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