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노태우 조문한 '광주 시민군' 박남선 "전두환은 애도도, 조문도 안해"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홍재영 기자 | 2021.11.23 15:35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담도청 상황실장을 지낸 박남선씨(오른쪽)이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를 만나 가슴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노태우 전 대통령 유족 제공) / 사진 =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윤상원 열사와 함께 최후 항전을 결의했던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가 등장했다. 박 전 실장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을 만난 뒤 "이제 지역·계층·정치세력들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전 실장은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문도, 애도를 표할 뜻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전 실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에 "본인이 잘못을 깨닫고 사죄를 구한 노 전 대통령과 전씨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며 "절대로 슬픔을 애도할 뜻이 없으며 조문을 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의 조문에는 전씨를 비롯한 다른 5·18 유혈진압 관련 인사의 참회를 기대하는 측면 역시 있었다"며 "반드시 5·18 유혈 진압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수차례 사죄한 노태우와 말 없이 숨진 전두환은 달라"


5·18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주장한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 씨가 2020년 4월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이날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향년 90세로 숨진 전씨는 재임 시절 1980년 '서울의 봄'을 강경 진압하고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에 공수부대를 투입하는 등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비판받아 왔다. 하지만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12·12 군사쿠데타를 함께한 노 전 대통령이 숨지기 이전 가족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사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2019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을 때 맺은 인연으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당시 박 전 실장은 "고맙다"고 화답하며 5·18 민주화운동 기념 배지를 직접 가슴에 달아줬다. 박 전 실장이 빈소를 찾았을 때에도 재헌씨가 내내 동행했다.

일부 5·18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주장이 개인행동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구속부상자회 등은 "박 전 실장 개인의 행동일 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안장을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박 전 실장은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한 것에 대해 일부 5·18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구속됐던 사람들이나 피해자, 전씨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이 엄연히 살아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러리라고 본다"며 "당시에 조문을 했던 이유는 사죄에 대한 용서도 있으나 다른 관련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참회하는 것을 기대하는 면도 있었다"고 했다.

박 전 실장은 "전씨는 끝까지 희생자들에게 사죄도 하지 않은 채 진실을 혼자 간직하고 죽었다"라며 "당사자로서도 얼마나 괴로움 속에 생을 마감했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또 "내란 수괴의 부하들이라도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역사적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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