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기업 땅까지 압류 처벌…대놓고 "독립분자 후원이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 2021.11.23 10:56

"대중 강경파 정치 자금줄 차단하며 선거 영향력 행사"

위안둥그룹 회장 쉬쉬둥/사진=대만 자유시보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만 기업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자국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줬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일이 발생했다. 대만은 중국이 기업들을 이용해 대중국 강경파 정치인들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시를 비롯해 장쑤, 장시, 후베이, 쓰촨성 등 5개 지역은 위안둥그룹에 대한 저인망식 조사를 벌여 여러 위법 행위를 발견하고 3650만위안(약 70억원) 과징금 부과를 비롯해 세금 추징, 유휴 부지 압류를 집행했다.

지방정부들은 위안둥그룹의 화섬, 방직, 시멘트 사업 등을 대상으로 환경, 토지 이용, 직원 건강, 시설안전, 소방, 세무, 생산품의 품질 등을 샅샅이 훑었다. 노골적인 '기업 털기'에 상당한 수준의 지방정부 행정력이 동원된 것이다.

위안둥그룹은 대만 내 대표적 재벌 중 하나로 그룹 2세 쉬쉬둥 회장 일가는 대만 3위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전날 오전 신화통신이 관련 소식을 전할 때까지만 해도 위안둥그룹의 표면적인 불법 행위만 짧게 노출됐다. 그러나 오후 들어 위안둥그룹이 '독립분자'들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국무원 정례브리핑에서 주펑롄 대변인이 "대만 동포와 기업들이 본토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환영하며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겠지만, 대만 독립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본토에서 돈을 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대만 분리주의와 선을 그으라"고 위안둥그룹 조사의 정치적 배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대만 언론을 인용해 2020년 대만 총선 당시 위안둥이 국민당과 민진당 후보 47명에게 후원금 5800만대만달러(약 24억8000만원)를 줬다고 보도했다. 2018년 지방 선거 때 쑤전창 신베이 시장 후보(현 대만 행정원장(총리)), 2016년 총선에서 쑤씨의 딸 쑤차오후이 후보를 각각 후원했다.

쑤전창과 그의 일가는 대만 내 대표적인 반중 인사들이다. 중국은 이달 초 이들을 포함해 다수 대만 분리주의 인사들을 중국과 홍콩, 마카오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

대만은 중국이 강경파들에 대한 자금줄 통제를 통해 사실상 앞으로 대만 선거에 개입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자유시보는 "중국이 설정한 블랙리스트 후원자를 처벌하는 방법으로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억지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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