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조원"…세계 2위 부자와 이혼한 그녀의 기부가 특별한 이유[그 who]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1.11.21 06:25

<5>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

편집자주 |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던 화제의 인물, 그 후를 조명합니다.

매켄지 스콧이 1년 만에 10조원을 기부, 미국의 자선문화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우리는 오랜 기간 사랑에 대한 탐색과 시험적인 별거 끝에 이혼하기로 했다. 친구로 공유한 삶은 계속할 것이다."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트위터를 통해 이혼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갑작스런 이혼 배경 만큼이나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재산분할 규모였다.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은 3개월간 협의 끝에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 베이조스가 보유한 아마존 지분 중 25%(전체 주식의 4%)를 받기로 했다. 이는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약 360억달러(한화 43조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으로 기록됐다. 스콧은 단숨에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 22위에 올랐다.

슈퍼리치 이혼녀의 다음 행보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호화로운 생활이 아니었다. 자신의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서약이었다. "금고가 텅 빌 때까지 나누고 베풀겠다."



아마존 창업 일등공신…25년 결혼생활 종지부 찍은 이유


매켄지 스콧(오른쪽)은 지난 2018년 아마존 창업주인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25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진=AFP
매켄지 스콧은 197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으며 뉴저지주에 있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힘겹게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스콧은 2005년 소설가로도 데뷔, 2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1990년대 초반 한 헤지펀드 회사에서 베이조스는 면접관으로, 스콧은 지원자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1993년 결혼했다. 스콧은 베이조스의 아마존 창업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아마존 창업을 위해 뉴욕에서 시애틀로 이동하는 동안 스콧이 운전을 하고 베이조스는 노트북으로 사업계획을 작성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스콧은 아마존 창업 초기 도서주문과 출고, 회계를 담당했다.

스콧은 베이조스와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뒀다. 아들 3명을 출산했지만 딸을 원했던 이들은 지인의 소개로 중국 국적 여자아이 1명을 입양했다. 25년간 완벽해 보였던 이들의 결혼 생활에 금이 간 것은 베이조스의 불륜 때문이었다. 2018년 이혼 발표 직후 미국 언론들은 베이조스가 전 폭스TV 앵커였던 샌체스 로런과 혼외 관계였다는 사실을 잇따라 보도했다.


"세상과 재산 나누겠다"…세계 3위 여성 부호의 기부 약속


매켄지 스콧과 재혼한 남편 댄 주엣/사진=더 기빙 플레지 캡처
스콧은 베이조스와 이혼 직후인 2020년 포브스 기준 세계 22위 부호에 오른다. 여성 억만장자 중에선 로레알 상속녀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12위)와 월마트 창업자의 딸 앨리스 윌턴(15위)에 이어 3번째로 자산이 많다. 2020년 360억달러(43조원) 규모였던 스콧의 재산은 아마존 주가 상승으로 올해 11월 기준 618억달러(74조원)로 불었다.

세계 부호들이 생전이나 사후에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자선 캠페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동참 의사를 밝힌 스콧의 기부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올 3월 시애틀의 한 사립고등학교 과학교사 댄 주엣과 재혼한 이후 나눔 활동은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주엣 역시 기빙 플레지에 가입, 막대한 재산을 세상을 위해 쓰기로 약속했다.

스콧은 지난해 7월 인종·성평등, 공중보건, 환경보호 분야 등 116개 단체에 17억달러(2조원), 같은 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 지원을 포함해 384개 단체에 42억달러(5조원)를 내놨다. 올해 6월에는 대학·칼리지, 예술센터, 인종·성평등 활동기관 등 286개 단체에 27억4000만달러(3조3000억원)을 전했다. 1년 만에 10조원 넘게 기부한 셈이다.



"엄격한 자선은 가라"…지체 없이 '돈풍선' 쏘는 초고속 기부


매켄지 스콧의 통 큰 기부 행보에 그녀를 사칭한 사기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스콧은 트위터에 이와 관련 주의 문구를 띄웠다. /사진=트위터 캡처
스콧의 기부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기존 자산가나 자선재단과는 결이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속도다. 지원이 필요한 곳을 찾으면 지체하지 않고 돈을 보낸다. 1년간 10조원 넘는 재산을 내놓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기부 당시 스콧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로 부의 양극화가 심화 되고 있다"며 "자문팀에 더 빨리 자산을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자선조사기관 '캔디드'에 따르면 스콧의 기부금은 지난해 전 세계 코로나19 관련 자선액의 20%에 달한다. 개인이 내놓은 기부금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75%를 차지한다.


돈을 보낸 비영리단체에 최대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도 다른 자산가와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스콧은 지원한 단체로부터 자금 지출 내역을 보고 받지 않는다. 자선단체들이 1년에 한 번씩 기부금 용처를 따져 묻는 기존 관행을 깬 행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CNN·뉴욕타임스·포브스 등 주요 언론은 스콧이 판에 박힌 미국의 기부 문화를 리모델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척 콜린스 미국 불평등개선정책연구소장은 "매켄지 스콧은 전통적인 억만장자들의 자선·기부 문화를 뒤흔든 진정한 파괴자"라고 말했다.



"손 닿지 않는 곳 찾는다"…스콧의 기부가 더 특별한 이유


2021년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 22위에 오른 매켄지 스콧/사진=포브스 캡처
스콧의 기부가 더 특별한 이유는 남다른 기부처에 있다. 예술·교육기관, 어린이보호단체, 인권기관 등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거나 과소평가된 곳을 주로 고른다. 뉴욕타임스는 스콧의 기부가 많은 사람이 들어보지 못한 대학으로 향했고, 그 결과 소수인종·저소득층·지방 학생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억만장자 자선가들이 이미 장학금이 쌓여 있는 아이비리그와 엘리트 사립학교에 기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라고 전했다.

실제로 스콧이 기부한 대학 중 이른바 '명문대'는 없다. 텍사스주 최초 흑인 고등교육기관인 프레리뷰 A&M대에 5000만달러(595억원), 뉴욕에 있는 리먼칼리지에 3000만달러(357억원), 로스앤젤레스 인근 2년제 대학인 샌안토니오 칼리지에 1500만달러(179억원) 등을 보냈다. 이외에도 미국 원주민과 여성, 시골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학에 기부했다.

스콧의 기부는 비영리단체의 선순환 효과도 불러 왔다. 기부금이 이들 기업의 자산으로 잡혀 대출기관에서 추가 자금을 빌릴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미 자선활동 비영리 전문 매체인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에 따르면 스콧의 기부금을 받은 많은 비영리단체가 다른 소규모 단체나 제휴 조직에 기부금의 일부를 보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스콧이 시작한 기부가 원래 수혜자를 넘어 또 다른 수혜자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콧은 말한다.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되지 않는 세상이 더 좋다고. 기부금을 보낸 단체에는 이렇게 전한다. "다 됐고, 직원 좀 더 뽑아요. 주말엔 일 그만하고요. 잠 좀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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