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9·19 군사합의 파기 발언을 두고 우리 군이 침묵하고 있다. 대선후보의 반응에 대해 국방 주무부처가 공식 입장을 내는 것에 신중한 태도다. 다만 군 내부에선 9·19 군사합의가 도발 억제 측면에서 큰 실효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측의 도발이 거의 전무한 수준으로 줄었다는 인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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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0년 국지도발 1건…2010~2017년 237건━
18일 2020 국방백서에 나온 2020년11월30일 집계 기준 북한의 대남 침투·국지도발 일지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건의 국지도발을 했다. 북한군이 2020년 5월 중부전선 우리 측 감시초소를 향해 총격사건을 벌인 것이다. 우리 군은 명백한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으로 간주했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 우리측 수석대표 명의의 대북통지문을 통해 우려 표명과 즉각적인 중단을 북한에 요구했다.
다만 9·19 남북 군사합의 이전과 비교하면 국지도발 건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군이 일으킨 국지도발은 237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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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국방장관-北 인민무력상이 3년 전 체결…하노이 노딜 이후 '미완' 과제━
합의에 따라 남북 GP 11곳의 시범 철수,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한강하구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위한 공동수로 조사 등 조치는 실현됐지만 모든 감시초소 철수, 자유항행, 공동 유해발굴까지는 이어지진 않았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된 결과다.
다만 북측은 9·19 군사합의의 파기를 경고하며 대남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6월4월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는 첫 담화에서 "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올해 3월에는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을 중심으로 북측이 한반도 평화에 진정성을 갖췄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된 까닭이다. 특히 북측은 해수부 공무원 총격 살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다. 국방백서엔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건들이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약속이라는 건 상대가 지켜야 나도 지키는 것"이라며 "집권하면 북한에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윤 후보는 당시 인터뷰에서 "변화가 없고 계속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만 하면 우리도 합의를 계속 지키기가 어렵다"며 "그럼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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