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밴 수수료 등 원가분석을 기초로 산정된 비용을 '적격비용'이라 한다. 하지만 시장상황을 원가분석에 합리적으로 반영하자는 취지와는 무색하게 2012년 이후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2018년 적격비용 산정 과정을 거쳐 현재 우대 가맹점 범위는 30억원 이하로 확대돼 전체 가맹점중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또 매출액 3억원 이하 카드수수료율은 0.8%까지 낮아졌다. 영세 자영업자에 적용된 부가가치 세액공제제도를 감안시 약 92%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사실상 0%다. 이미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라는 정책적 목적은 이제까지의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충분히 달성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카드수수료에만 원가공개와 수수료율 인하라는 불공평한 잣대가 적용된다. 카드수수료에 비해 약 3배 이상을 가맹점으로부터 결제수수료 명목으로 수취하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사의 폭리에 대해서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규제는 커녕 원가도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코로나 19라는 팬데믹 환경에서 온라인 결제수요가 많아진 덕분에 배달플랫폼·빅테크사 수수료는 대폭 인상돼 임대료와 함께 영세 자영업자의 대표적 영업 부담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카드수수료 규제는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부정적 결과로도 돌아오고 있다. 카드수수료율의 하락은 카드사로 하여금 비용절감에 더욱 주력하게 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부가서비스가 축소되고 있다. 일례로 대중교통, 영화관 예매 등 일상 소비과정에서 카드 이용자에게 제공되던 혜자카드가 큰 폭으로 줄었다.
카드업계에 미친 고용한파도 간과할 수 없다.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카드사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정규직 인력, 설계사 모집 인력 감축을 유발하고 있다.
카드수수료를 정치적 현안으로 인식해 시장논리와 상관없이 무조건 요율을 인하하려는 정부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 이미 지속적인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의 신용판매(결제) 부문은 이익이 나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적격비용 제도 자체가 가지는 맹점 때문이다. 카드사가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수익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할수록 차기 적격비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카드수수료 추가인하로 반영되고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의 적자가 더욱 확대되는 구조적 모순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논쟁이 아닌 카드업계와 가맹점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실질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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