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이들 키워드를 들이미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여파로 전체 이용자들의 게임 시간이 줄고 있다. 메이저 시장이던 중국은 닫힌 빗장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P2W(Pay to Win; 돈을 써야 이기는 게임) 등 기존 게임 업계의 수익모델은 이용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하반기 대작 '블레이드앤소울2'마저 지나친 과금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시장은 정체되고 기존 수익모델마저 위협을 받는 상황.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다.
때 마침 위메이드의 신작 '미르4 글로벌'이 대박을 냈다. '미르4'엔 이용자가 획득한 아이템 '흑철'을 '위믹스' 코인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위믹스는 거래소에서 언제든 현금화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국내 P2E 게임이다. 이전 블록체인 게임들이 허접했던 탓일까. 화려한 스케일을 갖춘 대작에 해외 이용자들이 몰려들었다. 출시 석달 만에 최고 동시접속자 수 130만명을 찍었다. 같은 기간 위메이드 주가는 무려 6배 이상 뛰어올랐다. 갈길 잃었던 '묻지마식 투자금'들이 '제2의 위메이드'를 분주히 찾기 시작했다. 지금 투자자들의 구미에는 딱 맞는 키워드를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이 이제껏 이용자들의 '현질'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법적인 문제가 있지만 서비스 운영 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도 깔렸다. 사실 게임재화의 개인 소유권을 인정한다면 서버가 다운돼 아이템이 사라지거나 신규 아이템 출시로 기존 아이템의 가치가 하락하면 재산권 침해논란이 불가피하다. 게임서비스 하나를 종료하려면 엄청난 손해배상액을 물 수도 있다. 게임이 '돈벌이'가 되는 순간 생계형 플레이어들과 매크로 작업장이 성행하면서 게임재화의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이용자들의 게임 진입장벽을 턱없이 높이는 결과도 초래한다. 심각한 부작용은 또 있다. 사회적 사행 심리를 부추기면서 글로벌 주요 당국의 견제가 심해지고, 결국 게임 산업 전반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도 있다. NFT 기술이 과연 이런 난제(難題)들을 풀 수 있는 '만능키'가 될 수 있을까.
게임업계 불변의 흥행공식이 하나 있다. 게임 그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것이 본원적 경쟁력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실업률이 치솟은 일부 동남아국가에선 생계유지를 위해 밥 먹는 시간 외에 오로지 엑시인피니티(블록체인게임)만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과연 '즐거운 게임'을 하고 있을까. 왠지 게임산업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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