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생 '꿈의 직장'이라던 연구소…"연봉 깎고 이직" 무슨 일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1.11.16 05:40

원자력硏, 타 연구소·지방대학으로 '이직 러시'
'경주 감포' 분원...추진사항 공유 없어 불안감 고조
"탈원전-감포이전 맞물려 기피 연구소 전락"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시 감포읍에 들어설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조감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최근 신진 연구자들의 이직과 동요로 인해 안팎이 뒤숭숭하다. 현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 여파가 지속된 데다 경주시 감포읍 분원 설립 관련 부서 이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돼서다. 원자력연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빅3' 연구소로 불리지만, 구성원들이 연봉까지 낮춰 다른 국책연구소나 지방대학 등으로 '이직 러시'를 이루고 있다.

15일 연구계에 따르면, 2025년 감포에 설립 예정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로 부서가 통째 이동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일부 신진 연구자들이 이직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계의 메카인 대전을 떠나는 거부감에 분원 이전 시 연구의 추동력이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연봉을 깎고 대덕연구단지 내 다른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으로 이직한 사례가 나오면서 충격을 줬다. 연고지 지방 국립대 또는 전문대급 교원으로 이직하거나 대기업 중앙 연구소 또는 연구 스펙을 쌓고 카카오 등 대기업으로 옮기는 사례도 나왔다. 원자력연 한 관계자는 "젊은 연구자들이 감포 이전에 대한 동요가 크다"며 "이직했거나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원자력연은 1959년 설립돼 6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最古) 연구기관으로 상징성이 커 이공계 취업희망 1순위 기관으로 꼽혀왔던 곳이다. 각 분야 공학 인재들이 몰렸고, 대우도 연구단지 최상위였다. 그러나 탈원전을 추진한 현 정부 들어 위상이 눈에 띄게 추락했다. 한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은 "원자력연은 과거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연구소였지만, 감포 이전과 탈원전 정책이 맞물려 마이너스 요소가 늘었다"며 "취업이 쉽지 않아 뽑아주면 가겠지만 다른 곳과 같이 뽑히면 고사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감포 이전 19년부터 추진됐는데…내부 공지 없어 불안 고조


원자력연에게 감포 이전이 10년 이상 추진된 숙원 사업이었다. 감포 이전은 탈원전(원전해체) 연구가 아닌 원자력 진흥책에 가깝다. 우주, 해양, 극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혁신 원자력 기술 개발 목적이다. 그러나 대전 본원은 연구 시설이 가득 차 용지 확보가 어려웠다. 이에 지난 7월부터 경주시 감포읍 나정리·대본리 일원에 총 220만㎡(약 67만평)에 연구소를 설립 중이다. 총 사업비는 6500억원이다. 대전 본원이 142만㎡(약 43만평)인 점을 감안하면 분원이 1.5배 더 큰 규모다. 사실상 '제2원자력연구원'인 셈이다.


원자력연은 2019년 7월부터 경주시와 연구소 분원 설립을 추진했다. 일부 인력이 이미 감포로 자리를 옮겼다. 대전 본원에선 단계적으로 100여 명을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내부 설득은 미흡했다. 감포로 이전할 경우 어떤 연구를 추진하고 처우 보장은 어떤지 뚜렷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원자력연 진퇴양난?


원자력연 경영진은 대외적으로 구성원 동의 없이 감포 이전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2년여간 불투명한 추진 과정 탓에 신구 연구진간 갈등의 골도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 감포 분원 자체가 원자력 진흥업무에 가까워 탈원전 정책을 지향하는 현 정부와 합이 맞질 않았다는 후문이다. 앞서 2017년 3월 취임한 하재주 전임 원자력연 원장이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11월 임기 1년 4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퇴해 외압논란도 일었다.

연구계 관계자는 "경영진으로선 원전해체같은 탈원전 관련 연구를 주창하기도, 원자력 진흥을 펼칠 수도 없어 조용히 추진하다 보니 밀실 추진이란 인상을 준 것 같다"면서 "현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차기 정부로도 이어진다면 원자력연의 위상회복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 관계자는 "감포 분원 설립으로 구성원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구성원들과 관련 내용을 지속 소통할 예정"이라며 "연구원에서 여러 차례 설명회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도 진행 현황은 구성원과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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