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휴지 사뒀어요"…요소수 대란에 '생필품' 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조성준 기자 | 2021.11.13 07:00
"마스크 대란 끝나니 요소수 대란이네요."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신모씨(32)는 지난주 온라인으로 기저귀 다섯 박스와 분유 두 박스를 주문했다. 혹시나 있을 요소수 부족으로 인한 물류대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신씨는 "인터넷에서 그런 말이 돌아 신랑이 주문을 하자고 했다"며 "특히 아이들 분유 등은 온라인으로 구입했을 때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자취를 하는 강모씨(30)도 이틀 전 온라인으로 생리대와 휴지, 강아지 사료를 주문했다. 강씨는 "자취방이 좁아 평소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는데 인터넷에서 요소수 부족으로 나중에 생필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가격이 오를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결제했다"고 했다.


물류대란 이어진다는 소리에 '분유 주문'


지난 7일 7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요소수 진열장이 비어 있다 /사진=뉴스1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이어지며 요소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일반 시민들 사이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나 자영업자들 등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생필품 목록을 공유하며 필요한 물건을 '사재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12일 오전 기준 국내 최대 맘카페 중 한 곳에서 '요소수'를 검색한 결과 지난 2일부터 약 50개가 넘는 게시글을 볼 수 있다. 요소수를 구한다거나 기저귀나 분유, 젖병 등을 얼마나 사둬야 할지 묻는 글이 대부분이다. 3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작성자는 "단순히 운송업에만 타격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에게도 영향이 미칠 줄은 몰랐다"며 걱정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공산품을 미리 사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마라탕집을 하고 있는 50대 A씨는 "소스 등 중국에서 공수해 오는 식재료들이 있는데 운송비가 올라 가격이 폭등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물가가 많이 올라 재료비가 만만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자들은 더 걱정이다. 물류대란이 일어나면 제품 배송 자체가 어려워져서다. 온라인 옷 판매업자인 30대 김모씨는 "택배가 파업만 해도 영향을 받는 게 우리 업종"이라며 "고객들의 항의전화를 받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요소수 관련 소비자 신고 9배 늘어


11일 울산 남구 울산항 인근 주유소에 트레일러 화물 기사가 차량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로 유통업계 중 자체적으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 마켓컬리 등은 자체적으로 요소수를 비축해두는 등 대응 마련에 나섰다. 쿠팡은 수개월간 운행에 차질이 없을 만큼 분량을 확보해뒀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도 연말까지 직고용한 운전자들의 화물차량에 사용할 양만큼 요소수를 비축해뒀다고 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요소수를 거래하는 글이 1000개 넘게 올라온 상태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요소수 해외직구 판매 글에는 수백 개의 문의가 달리기도 했다.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플랫폼에서 요소수를 빠르게 구할 수 있는 글들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요소수 관련 소비자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접수된 요소수 관련 신고 건수는 총 204건. △8월 9건 △9월 5건 △10월 23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한 달 기준을 잡은 것에 비해서도 9배가량이 늘어난 수치"라며 "가격불만, 매점매석 관련 신고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제대로 된 대비가 중요하다고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소수 같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것들은 돈이 좀 들더라도 최소한 국내에서 생산관리를 했어야 한다"며 "뭐가 터지면 그제야 수입해오고 이런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생필품의 경우 공급을 늘리면 되겠지만 산업별로 정부가 주요품목을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매점매석해 돈을 버는 사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보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매점매석에 관해선 단호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지나친 우려라는 의견도 있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론이 이런(요소수 대란, 생필품 사재기) 보도를 하지 않으면 대란이나 사재기가 없다"며 "요소수 문제는 거의 정리되고 있고 생필품 문제도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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