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은 무조건 기재부?…통념깬 文, '산업통' 박원주 선택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21.11.12 05:01

[the300]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에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청와대 제공)2021.11.11/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대통령 비서실 신임 경제수석 비서관에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

박원주 신임 경제수석은 광주 송원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책학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수석은 행시 31회로 공직에 들어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과 에너지자원실장을 역임하고 문재인정부에서 특허청장으로 일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선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0.18.


임기6개월 남기고 靑 '경제 브레인' 바꾼 文대통령...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에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신임 경제수석 인사를 발표하자, 브리핑 룸에 모인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 4월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이 내정된지 불과 7개월만에 교체돼서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이다. 대한민국 경제 관련 모든 이슈를 직접 챙기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이런 중요한 자리의 인사가 7개월만에 바뀌는 배경에 궁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안 수석은 최근 청와대 요소수 태스크포스팀(TF) 팀장을 맡은 탓에 더욱 그랬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를 들어 최근 요소수 사태의 책임을 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밝힌 인사 배경은 '건강 이상'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일환 경제수석은 건강상 이유로 이미 추석 전에 사의를 표한 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청와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마치고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요소수의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며칠 더 그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렸다"며 "그리고 이제 요소수가 3개월 정도 분량의 확보를 TF 단장으로서 마무리했기 때문에 오늘 사표 수리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청와대와 기재부 안팎에선 안 수석의 건강이 안좋아져 이미 사표를 냈다는 얘기가 많았다. 안 수석이 지난 9월에 더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만큼 몸이 안좋았다는 것이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안 수석의 건강이 안좋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이번 인사도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박원주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왼쪽)이 특허청장 시절인 지난해 6월12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포스트코로나 라이프 스타일인 언택트 기술과 관련된 자율주행 로봇 개발업체 '로보티즈'를 방문, 개발로봇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2020.6.12/뉴스1



"기재부 제치고..." 산업부 출신 첫 청와대 경제수석 박원주


"업종별 성과공유제 적용모델과 매뉴얼이 보급됨에 따라 기업 현장의 성과공유제 도입이 한층 수월해질 것입니다. 특히 그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시행됐던 성과공유제가 유통과 건설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원주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 시절 동반성장 정책을 챙길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정책의 뼈대를 만들며 한 말이다. 이때 정책들은 지금도 포용적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의 상생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산업분야 전문가인 박 수석의 정책 능력은 그 이후 정권에서도 인정 받았다. 박근혜정부에서도 산업경제실장과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 등 중요한 자리를 맡았다. 행시31회 출신인 박 수석은 이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 라인에서 요직을 거쳐 문재인정부 특허청장을 지냈다.

눈에 띄는 점은 박 수석이 산업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획재정부 출신 아니면 교수 출신들이 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초대 경제수석은 교수 출신인 홍장표 현 KDI원장이 맡았고 이후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호승 정책실장, 안일환 전 경제수석 등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이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에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에 최재용 인사혁신처 차장을 내정했다. 2021.11.11/뉴스1
안 전 수석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내자 청와대는 또 기재부 출신 등 관료 중에서 후임 인선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호승 정책실장이 기재부 출신이기 때문에 이번엔 기재부만 고집하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정부 막바지에 터진 요소수 사태를 비롯해 탄소중립, 수소경제, 반도체와 배터리 중심의 공급망 문제 등 산업정책 이슈가 많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비록 6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산업 전문가를 경제수석으로 기용해 산업 관련 현안 해결에 주력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새 경제수석은 안 전 수석이 맡았던 요소수 TF 단장 역할을 이어받아서 계속 챙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 신임 경제수석비서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보직을 거쳐 특허청장을 역임한 산업·경제 전문가다"며 "뛰어난 정책기획·조정 역량과 업무 추진력을 갖추고 있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과제를 충실히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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