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사라지는데…'은행앱' 글자 키워도 작아지는 노인들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 2021.11.14 07:00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T)이 가속화하면서 모바일 대출 실행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낯선 시니어(노년층) 세대엔 '그림의 떡'이다. 주요 은행들이 시니어 맞춤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시니어 세대를 디지털 취약 계층으로 분류하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시니어 전용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 중이다. 기본 앱보다 글씨가 크고, 시니어가 주로 이용하는 조회·이체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메뉴를 간소화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에서 시니어가 전용 메인 화면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두 은행 모두 글씨를 크게 바꾸고 메뉴 구성을 단순화했다. 최근 시니어 전용 메인 화면을 출시한 우리은행은 개인 금융일정 알림 기능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기본 모바일뱅킹 앱에 큰 글씨 모드가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시니어 전용 애플리케이션. 왼쪽부터 KB스타뱅킹미니, 신한에스(S)뱅크미니(mini)/사진=각 사 제공

하지만 업계에서도 시니어 맞춤 서비스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큰 글씨를 제공하고, 이체 등 단순 업무를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라며 "디지털 전환 초기부터 시니어 등 취약 계층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서비스 고도화 경쟁이 심화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니어 비중이 적다는 점이 은행들을 미온적으로 만든 측면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기준 고객 연령 비중을 보면 60대 이상 시니어는 약 4%에 그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적금에 가입한 60대 이상 시니어의 80.9%가 은행 창구를 이용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이런 결과에 이르게 된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디지털 접근성을 높여야 시니어의 이용율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센터장은 "시니어에게 대면 서비스를 받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 디지털 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창구에서 모바일뱅킹 가입과 초기 설정을 도와주는 등 시니어의 적응을 위한 부차적인 노력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점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도 시니어를 디지털 금융 환경에 포섭해야 할 유인이 많다. 지난해 은행 지점·점포는 전국에서 총 303개가 사라졌다. 2017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전담 점포나 전담 전화(ARS)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시니어 고객 전체를 다 감당할 순 없다"며 "선제적인 접근성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이용율 증가는 은행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용어도 생겼을 만큼 디지털을 활용하려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며 "우량 고객인 시니어에게 비대면으로 일차적인 자산관리 컨설팅을 진행하거나 펀드 상품을 소개하는 등의 영업 기회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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