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00억원대 국내 순대 1위 업체 진성푸드의 비위생적인 생산공정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다시금 경악했다.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국민총소득(GNP)은 3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후진국형 식품위생 문제가 불거지는 배경엔 부족한 사후관리 인력과 기업의 인식부족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해썹)의 사후관리 전문인력은 전국 지방식약청 직원 29명 뿐이다. 현재 해썹인증업체는 1만3994개로 이중 식품인증업체가 7685개, 축산인증업체가 6309개다. 이중 식품인증업체 전체와 해썹 의무대상인 식육가공업 등 일부 축산인증업체를 식약처 직원이 담당한다. 이 숫자가 약 9500개다. 1인당 평균 327개 현장을 관리하는 꼴이다. 나머지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관리한다. 인증원 전문인력도 25명 뿐이다.
일례로 식품제조가공업체 1800개가 몰려있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해썹관련 업무강도가 높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경인청에서 관련업무를 했다는 식약처 직원은 "하루 한 곳만 현장조사를 나가도 밤 10시, 11시에 청으로 돌아오는 일이 쳇바퀴처럼 돌아간다"며 "지원 인력도 해썹 뿐 아니라 단속반 업무, 수거검사, 음식점 일상지도 등 식품안전지도점검을 병행해야 하다보니 항상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평가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 식약처 해썹 방문조사 평가기업은 3600개에 그친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연장심사(2600여개)와 사후조사평가(1300여개)를 포함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현장점검 없이 해썹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썹의 사후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불거지자 지방식약청 해썹 사후관리 인력 부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을 거치면서 당시 21명이었던 관리인력이 지난해부터 8명이 증원됐다. 다만 공무원수 확대가 정치적 이슈로 번지면서 추가 인력 확대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 주도의 해외와 달리 국내는 정부 주도 위생관리 방식을 취하고 있어 빈틈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식품위생 문제가 발생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책임을 기업에 지운다. 반면 국내는 정부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10억원 이하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의 식품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이뤄진 반면 국내에선 중견·중소기업이 많아 소비자가 승소하더라도 파산이나 경영악화로 배상능력이 상실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소비자의 입증이 어렵고, 기업의 고의성 여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소비자의 실질적 피해 구제에 초점을 맞추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임무혁 대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해썹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증 후 기업은 광고에는 투자하지만 사후 관리에는 돈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며 "매번 하급자만 보낼 것이 아니라 기업 오너들이 직접 식품위생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는 소비자와의 신뢰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식품위생 문제로 한번 평판이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는 까닭이다. 하청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한 식품 대기업 CEO는 "생산현장을 방문해보면 과거에 비해 위생관리가 철저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위생문제가 끊이지 않은 것을 보면 결국 생산자는 소비자와 기업간 신뢰를 바탕으로 비용을 투입해 제품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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