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증세·세금 신설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 2021.11.11 02:06
이종우 경제 평론가
지난달 말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디지털세와 최저한세가 추인됐다. 지난 6월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회담에서 기본틀을 만들고 7월에 130개국이 도입에 합의한 법안이 완성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이제 증세와 새로운 세금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다.

왜 이렇게 세금을 늘리는 것일까.

무엇보다 양극화를 해소할 필요가 있어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빈부격차가 커졌다. 역사적으로 시장의 기능이 많아지고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 때마다 빈부격차가 커졌지만 이번은 정도가 심하다. 세금과 정부의 이전소득을 제외하고 수정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자본이득세 최소세율을 20%에서 40%로 올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법인세와 소득세율 최고한도도 26.5%와 39.6%로 올리는 안을 내놓았다. 일본도 새로운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아베노믹스에 분배기능을 강화한 일본형 자본주의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놓았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소득분배를 함께 추진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저장성에서 정책실험을 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선진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평균 120%로 높아졌다. 중앙은행의 자산매입과 강한 재정정책 덕분에 경제가 제자리를 찾았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그만큼 증세를 통한 세수확보가 필요해진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미국은 GPD 대비 재정수입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금융위기 직후 실물경제에 미친 충격으로 해당 비율이 34%대로 급락했다가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36%대를 회복했다. 지금은 저성장과 감세의 영향으로 35%대로 다시 후퇴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금이 재정건전성과 반대로 움직인 것인데 주요국이 증세와 세금인상에 나선다면 이 추세가 약화할 수 있다.

증세와 세금신설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디지털세와 최저한세 등 다국적기업의 세금회피를 막기 위한 방안이 투자위축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제조업체가 신흥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IT(정보기술)기업이 서버를 조세피난처에 배치해 세금을 피해왔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우려다. 이해가 되지만 악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기지가 있는 신흥국의 법인세율이 이번에 정한 최저한세보다 낮은 경우가 거의 없다. 이미 세율이 최저한세 위에 있기 때문에 한도를 재지정해도 영향이 크지 않다. 제조업체가 신흥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건 세제혜택 때문만이 아니다. 인건비와 토지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도 있는데 이 경우 세제혜택이 없어지더라도 공장을 이전할 이유가 없다.

세금증가로 가계소비가 둔화하는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가계 입장에서 보면 세금증가는 가처분소득 감소를 의미한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가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선 증세로 인한 소비둔화의 영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당분간 세금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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