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요소수대란과 세계화의 명암

머니투데이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2021.11.10 02:05
장보형 연구위원
요소수대란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정화물질인 요소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화물수송과 대중교통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심지어 비료생산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나비효과'랄까. 중국과 호주의 다툼에서 비롯된 소소한 문제가 엉뚱하게도 우리 경제의 동맥경화를 초래했다. 21세기 세계적으로 뒤얽힌 복잡한 공급사슬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적 공급사슬의 부작용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누차 확인됐다. 마스크 확보를 둘러싼 혼선이 그랬고 반도체 공급부족이나 항만적체, 또 각종 원자재 및 식품가격 급등 등 한층 심각한 충격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탓만도 아니다. 바이든 시대에 재부각된 미중분쟁을 비롯한 각종 지정학적 갈등이나 요즈음 최대 화두인 기후변화 대응 역시 이러한 공급사슬을 훼손했다. 그 여파는 세계적으로 물가불안과 성장정체라는 새로운 위험으로 반영됐다.

애초 공급차질은 코로나 충격과 맞물려 일시적 수급불균형 문제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 근저에 구조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크다. 사실 그 징후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로 드러났다. 신용경색 여파로 무역금융마저 틀어지면서 연쇄적인 공급교란이 확산한 것이다. 아울러 동일본 대지진 사태도 공급사슬에 경종을 울렸고 미중분쟁에서는 무역은 물론 기술과 금융의 무기화가 한창이다. 우리도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동일한 충격을 직접 체감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었던 세계화가 점차 시련을 겪고 있다. 세계화 역풍과 공급교란에 주목하며 '탈세계화'를 예측하는 시각도 많다. 물론 금융위기를 거치며 재화교역이나 직접투자 및 자금흐름은 상당히 위축됐다. 하지만 서비스나 디지털부문의 세계화는 혁신의 이름으로 가속화한다. 기껏해야 '초세계화'는 막을 내렸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방식의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제는 새로운 세계화에 아직 국제적으로 제대로 된 규율이나 규범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독과점 이슈였던 약탈적 가격책정이나 수직통합 문제가 오늘날에도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를 위시해 새로운 방식으로 남용된다.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공공재라고 할 기후변화 문제도 난항을 거듭한다. 나아가 세계화의 비용편익에 내포된 비대칭성 문제는 양극화, 혹은 불평등 심화를 통해 세계화의 정당성 자체를 계속 의문시한다.

21세기 초 세계화의 시련은 20세기 초 전반기의 악몽과 많이 비교된다. 당시에도 1차대전 직후 국제 정치질서의 와해와 각국의 정치불안이 스페인독감, 또 대공황과 결부되면서 2차대전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희망의 꽃을 피운 것은 뉴딜이라는 새롭고 대담한 경제정책 실험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화의 그늘을 밝히고 내부의 사회·경제적 강건성과 복원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내년 대선을 맞아 이처럼 세계화의 그늘을 포용해나갈 과감한 경제정책 실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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