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총장님'이 이제 '다른 정당' 대선후보...침묵하는 靑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21.11.07 16:25

[the300][청와대24시]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청와대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표면적으론 정치적 중립이 이유겠지만,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이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윤 후보 측에서 문 대통령과 만남을 요청하면 검토하겠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을때 축하 메시지를 냈던 문재인 대통령도 윤 후보에게 별도의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당원 자격'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번엔 전제조건이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 "민주당 당원으로서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엔 이 후보의 요청으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 권력기관장인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던 윤 후보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 후 곧바로 정치로 뛰어들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데 대해 착잡한 분위기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26.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윤 후보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또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이렇게 처리해서 국민들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 주십사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거칠게 충돌하던 윤 후보에 대해 "여러 평가들이 있지만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하면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 직을 버리고 문재인정부가 무너지길 바라는 반대편에 섰다. 윤 후보는 사퇴를 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75분 만에 그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입장만 밝히면서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여전히 윤 후보에 대한 불쾌감이 감지된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어떻게 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냐는 일종의 배신감이다.

다만 일각에선 문재인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사람이 야당의 대선 경선에서 1등을 했다는 건 그만큼 현 집권세력에 불만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이란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청년, 미래의 시작'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제공) 2021.11.06.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 관심은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만남에 모아진다. 윤 후보는 최근까지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 만남이 '잘못된 만남'이라며 문 대통령을 겨냥해 "선거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측에서 문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 후보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요청하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윤석열 후보가 최종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요청 안 하실 것 같다. 잘못된 만남이라는데 요청하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만난 전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0월 당시 여야 대선후보들과의 개별회동을 계획해 실행한 바 있다. 오히려 여당 후보(이회창)와는 탈당 문제 등으로 만남이 불발됐고, 야당 후보들(김대중·조순·이인제·김종필)과 각각 단독 회담을 했다.

한편 7박9일간 유럽순방을 마친 문 대통령은 당분간 국내 경제현안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들을 비롯해 물가급등, 요소수 사태 등 민생과 관련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대통령님의 이번 주말은 요소수 걱정으로 쉬실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다음 주부터의 활기찬 국정운영을 위한 '충전의 휴식'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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