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공무원, 극한직업 됐나…폭행·갑질에 극단선택까지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21.11.07 06: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에 화상을 입고, 민원인에게 다짜고짜 욕설과 폭행을 당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때 '꿈의 직장'이었던 공무원들에게 일어난 일이다.

경제 불황 속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직업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의 인기는 점점 높아져 가지만, 공무원의 직장 내 '안전성'은 점점 떨어져 가는 분위기다.


욕설·폭행에 염산 테러까지…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도


공무원들의 직장내 안전성을 위협하는 경로는 민원인의 언어·신체 폭력, 직장 내 괴롭힘, 높은 업무 강도 등이 주를 이룬다. 민원인의 폭력으로 실제 공무원들이 신체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점점 늘고, 직장 내 괴롭힘과 격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60대 남성 A씨는 경북 포항시청 대중교통과 사무실에 침입해 담당과장 B씨에게 500㎖ 생수병에 든 액체를 뿌렸다. 해당 액체는 엷은 농도의 염산으로, 액체를 뒤집어 쓴 B씨는 각막과 피부에 손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개인택시면허 매매업자인 A씨는 포항시가 개인택시 감차를 진행하면서 개인택시 매매가 이뤄지지 않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액체 테러'를 벌였다.

#지난 2월에는 대전시 서구 한 행정복지센터에 40대 남성 C씨가 흉기를 소지한 채 나타나 "불을 지르겠다"며 소동을 벌였다. C씨는 한 달 뒤에 또 센터에 술을 마시고 나타나 남성 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여성 사회복지 도우미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허벅지를 발로 찼다. C씨는 경찰에 "옆 동에서 살 때보다 기초생활수급비가 조금 줄어든 것 같아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검찰청에서 일하는 2년차 공무원 D씨는 올해 안에 공무원을 관두기로 결심했다. 3년 힘들게 공부해서 공무원이 됐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다. D씨는 "민원인에게 '개XX' 소리 들어가면서 정신병원 다니고 더 못 버티겠다"며 "한 달에 15번은 밤 10시에 퇴근한다"고 격무를 호소했다.


#올해 1월 9급 공채로 임용돼 지난 7월 대전시청 한 부서로 발령 받은 신입공무원 E씨는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E씨는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차와 커피 등을 준비하고 책상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해당 지시가 부당하다고 느낀 E씨가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고, 이후 팀원들로부터 업무협조 배제, 투명인간 취급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안전 보장하는 법 필요…"조직 문화도 개선해야"


현장에서는 악성 민원인 등의 폭력으로부터 공무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 지자체는 공무원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캠' 도입, 민원창구에 투명 아크릴 가림막 설치, 악성 민원인 대처법 교육, 호신용품 비치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무원 내부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행정안전부가 1980~2000년대생 주니어 공무원 18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주니어 공무원은 58.6%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조직문화에 대한 회의감'(31.7%), '일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감'(31%)를 꼽았다.

정부 기관별 주니어보드 등을 연결한 '정부혁신 어벤져스'는 지난해 발간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서 "세대 간 소통과 통합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달렸다. 다름이 곧 틀림이 아님을 인정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발 한발 다가간다면 언젠가 서로를 이해하는 접점을 찾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공직 사회에 필요한 변화의 공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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