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못 이긴 강남아파트 '불패론'...과거 집값 하락보니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21.11.07 14:10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둔화 양상을 보이며 전국적으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 대비 전국 1.05%, 수도권 1.27%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1.10.25.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을 선언한 가운데 이달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내년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 집값 하향 안정화 시기가 빨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연준이 과거 68년간 17개국을 대상으로 금리와 집값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선 단기금리 1%포인트 상승시 집값이 2년간 8.2%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2010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같은해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 하락세가 수년간 이어졌다.



2006년 고점 찍은 서울아파트→2010년 이후 집값 수억씩 '뚝뚝'.."금리인상이 주요변수로"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불패'라고 불리는 강남 아파트값이 지난 2013년에는 전고점 대비 많게는 40% 가까이 하락하는 사례가 속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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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은마 31평(전용 76㎡)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06년 11억6000억원(11층)에 실거래 됐다.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2013년에는 7억3300만원(12층)로 내려왔다. 이 기간 4억2700만원(36.8%)이 하락한 것이다. 이보다 넓은 평수인 34평(전용 84㎡)은 2006년 14억원(12층)에서 2013년 8억6000만원(13층)으로 떨어져 가격이 반토막 가까이(38.5%) 밀렸다.

은마 인근 도곡렉슬도 '불패'는 아니었다. 33평(84㎡)이 2006년 15억원(14층)으로 '신고가'를 찍었지만 7년이 지난 2013년에는 고점 대비 28.7% 가격이 내린 10억7000만원(5층)으로 실거래 가격이 하락했다. 지금은 재건축 이슈로 달아오른 강남구 압구정 현대6·7차도 같은 기간 가격이 최대 40.2% 하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47평(144㎡) 기준으로 25억5000만원(8층)에 거래됐지만 7년뒤 15억 2500만원(14층)으로 10억원 넘게 실거래 가격이 내린 것이다.



강남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격이 수억씩 줄줄이 하락한 이유는 금리 영향이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한은이 2010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1년간 5회에 걸쳐 1.25%포인트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곧바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1년 4월~2011년 10월 전셋값 상승으로 '반짝' 상승전환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2013년 하반기까지 실거래가 변동률이 매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해외 사정도 비슷했다. 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미 연준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집값이 2년간 8.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선진국 17개국의 과거 68년간(1945년~2013년) 집값과 금리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다.


주택구매력 2008년 금융위기 수준보다 안 좋아, 가계부채도 위험수위..."2023년보다 하락기 더 빨리 올수도"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금리인하를 시작한 이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2019년 7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총 1.2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는데 금리인하 직전과 직후로 나눠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률을 비교해 본 결과 인하 전 1% 올랐던 집값이 인하 후 30.1% 급등해 30배 뛰었다. 이와 반대로 지난 9월에 이어 이달 추가 금리인상 단행으로 '유동성 파티'가 사실상 종결되면 집값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기간 집값이 상승해 주택 매수자의 구매력도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1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HAI지수)가 서울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166.2)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164.8)을 웃돌았고 2분기에도 증가세(172.9)를 보였다. 중간소득인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빚 상환 부담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뜻이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주택가격 지수도 지난 5월에 이미 역대 최고치를 찍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고승범 위원장 취임 이후 가계대출을 더 바짝 조이고 있다. 단지 집값 관리 차원을 넘어서 가계부채 자체가 위험수위에 차올라 대출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3년 전후로 집값고점을 찍고 하락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이 나오는데, 전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이 시기는 6개월~1년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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