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머니투데이 최경림 G20 셰르파 | 2021.11.05 04:36

최경림 G20 셰르파

지난 주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대한민국 셰르파로서 필자가 4번째 참여한 G20 정상회의였다. G2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는 G20의 DNA 속에 새겨져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보건위기와 경제 회복, 기후위기를 숙제로 G20 정상들이 로마에 모였다. 작년에 화상으로 모였던 정상들이 2년 만에 대면으로 만났다. 전 지구적인 일상 회복의 신호탄이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정상회의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 극복과 기후행동이었다. 정상들은 코로나가 인류에게 거리두기를 강요했지만,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중반까지 전세계 인구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 기후위기가 더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공동의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데도 합의했다. 일부 분야에서 구체적 해법에 합의하진 못했지만, 로마 회의가 글래스고에서 개최중인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성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쉽지 않겠지만, COP26에서 보다 진전된 성과를 기대해 본다.

G20이 탄생한 2008년 우리가 그 일원이라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G7 정상회의 참여, 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진출 등 우리는 글로벌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였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가 요구되고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 달랐다. 보건, 기후, 지속가능발전 등 국제현안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선도적 역할을 요청받았고, 우리는 이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백신을 지원하는 한편, 백신제조허브로서 역할을 확대해 가고 있다. 우리의 전향적인 탄소중립 정책은 기후행동 모범선도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우리의 디지털·그린 뉴딜 정책은 지속가능발전을 앞당기고 있다.


G20 내 우리는 독특한 위치에 서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해온 경험 때문이다. 우리는 개도국에게 지향해야 할 모델인 동시에, 선진국에게 개도국 입장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세계무대처럼 G20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차가 커 현안 해결을 위한 공조가 쉽지 않다. 양 진영간 간극이 클 때 우리 목소리의 울림도 더욱 커진다. 우리의 가교 역할이 가능한 대목이다.

G20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G20이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참여하여 국제경제와 현안을 논의하는 최상위 포럼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국제사회는 G20이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 세계가 처한 상황에서 로마 회의가 위기 극복이라는 유전자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처럼,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력과 위상에 맞는 책임의 무게는 계속 무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책임과 기대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 나갈 기회이기도 하다. G20을 비롯한 국제외교 무대에서 그 기회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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