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어눌하다고…뇌경색 노인 119 신고 묵살한 소방관 징계 검토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21.11.03 14:56

80대 환자, 골든타임 놓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뇌경색으로 쓰러진 80대로부터 걸려온 구급 신고를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묵살한 전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소방관이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청주권 일선 소방서에서 이날 오후 A소방위를 대상으로 징계위를 연다. 사유는 성실의무 위반이다. A소방위는 119응급신고를 무응답·오인처리 해 119종합상황실에서 전보 조처됐다.

80대 노인 B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쯤 충주 자택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B씨는 119에 두 차례 신고했지만 119는 출동하지 않았다.

첫 번째 신고는 받자마자 끊겨 '무응답 처리' 됐고, 30여초간 이어진 두 번째 신고는 A씨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 발음이 어눌해 지는 것은 뇌경색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신고자는 33초가량 이어진 119상황실과 통화에서 '예, 여이 ??동 여하이에 시비일에 시비(주소 추정)'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실 근무자였던 A소방위는 '예?'라고 되물었다.

통화는 신고자가 '에 ??동 에 시비일에 시비 에에 여런 아 아이 죽겠다 애 아이 자가만 오실래여'라고 재차 말한 직후 종료됐다.

A소방위가 장난·허위·오인 신고라고 판단, 전화를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결국 B씨는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방치됐다 가족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뇌경색은 발병 직후 3시간이 치료 골든타임으로 알려져있다. B씨는 치료시기를 놓쳐 신체 일부가 마비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본부로부터 진상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현 소속 소방서는 다시 한번 검토를 벌인 뒤 A소방위를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징계 결과는 이날부터 15일 내에 확정된다.

소방본부 자체 조사에서도 상황 접수·처리 과정상 A소방위가 신고자 대응 매뉴얼(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상황관리 수칙은 발음, 언어가 불분명한 노인이나 장애인·기타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국민이 신고했을 때 근무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 청취하도록 규정한다.

신고 내용을 파악할 수 없을 때는 출동 지령에 필요한 최소 정보 사항만 신고자에게 묻는 방식으로 재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또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만약 있다면 바꿔 달라고 해 파악한다. 접수된 신고는 사안을 불문하고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 이후 처리는 현장 출동대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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