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식품가공 원료의 국산화 조건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 2021.11.04 02:05
김성훈 충남대 교수
2008년 출범한 MB(이명박)정부는 우리 농업에 큰 전환기를 마련했는데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주무부처의 정책대상을 1차 산업인 농업에서 2차 식품가공산업과 외식 등 3차 식품서비스산업까지 확장해 산업간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극대화하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산업의 육성이 국산 농산물의 소비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당시 정책들을 보면 외식업체와 식품가공업체의 국산 농산물 사용 촉진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발표됐고, 식품산업과 농업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식재료산업에 대한 논의도 상당기간 진행됐다.

10여년이 지난 상황에서 관련 정책의 성과를 보면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도를 도입해 식당에서 주문하는 음식재료의 원산지를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외식업체의 국산 농산물의 원료 사용을 촉진하는 지원책을 통해 외식산업에서 국산 농산물 사용비중이 상승한 것은 의미 있는 결과다. 반면 우리밀운동으로 면류나 빵류 생산에서 국산 밀 사용이 일정부분 증가하고 전통식품 가공업체와 일부 대기업의 국산 농산물 사용량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식품가공업체의 국산 원료 농산물 사용비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담기는 무형(無形)의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상품에 비해 가격이 상품 경쟁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공식품에서는 국산 원료 농산물의 자리가 별로 없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농산물의 식품가공 원료 사용이 늘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료 구매자이자 사용자인 식품가공업체의 상황을 좀 더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국산 원료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보다 가격이 비싼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일정한 품질을 가진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담보되지 못하면 가공공장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사전에 합의된 물량을 수확해 주기로 계약한 농가가 시장가격이 갑자기 올랐다는 이유로 공급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를 한두 번 겪어보면 더이상 국산 농산물에 눈길도 가지 않는다는 말은 상당히 뼈아프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식품가공산업에서 차지하는 전통식품산업의 비중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식품가공업체의 생산기술 및 설비가 수입 원료에 맞춰졌기에 가공원료를 수입산에서 국산으로 바꿀 경우 품질이 떨어지거나 아예 상품으로 만들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즉 국산 농산물의 취약한 '가공 적성'(加工 適性)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산 농산물의 품종개량 및 재배방식 개선뿐만 아니라 업체의 가공설비 및 공정보완을 위한 지원책이 함께 요구된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운 다음 끈질긴 노력을 통해 과거 10년 이상의 성과를 창출해 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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