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 보란듯 '공급망 회의'로 세계 정상들 줄세웠다

머니투데이 로마(이탈리아)=정진우 기자 | 2021.11.01 03:15

[the300][공급망 정상회의]

[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에서 열린 G20 공식 환영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3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급망 회복력 글로벌 정상회의'를 개최한 건 표면적으론 글로벌 경제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이면엔 미국과 경제·외교 등 많은 분야에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전세계는 안정적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생산공장의 정지와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 수급 불안 등을 경험하며, 공급망의 효율성 못지않게 회복력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는 지금 시점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 확대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주요국 항만적체와 같은 물류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등 공급망 회복력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전세계적으로 물동량이 증가됐지만 주요 항만의 정체, 내륙 운송의 지연, 컨테이너의 부족으로 인한 병목현상에 따른 물류 장애가 공급망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은 안정적인 공급망 회복이 코로나19 극복과 글로벌 경제 회복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차원에서의 공통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팬데믹 위기 극복을 통한 세계경제 회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 회복력에 대한 논의는 G20 주제와 긴밀히 연계됐다.
[로마=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에서 열린 G20 공식 환영식에 도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1.10.30.
특히 국가 간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글로벌 공급망 중 한 지점의 장애(Single point of failure)가 공급망 전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사안으로 다자간 논의가 필수적이다.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에게도 중요하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특성을 감안하면 생산·물류 단계를 포함한 전 세계 공급망의 회복력 확보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더구나 올해는 사상 최단기간 무역액 1조 달러를 달성한 만큼, 수출 동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물류 장애 해소 등 안정적 공급망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6일 사상 최단기간(299일) 무역액 1조 달러(수출 5112억 달러, 수입 4878억 달러) 달성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G20 회의는 과거 금융위기 극복 등 전 세계적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우리나라는 공급망 회복력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경제 재건에 적극 동참하는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이번 회의가 중국을 견제하는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스페인,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네덜란드, 싱가포르, DR콩고, 유럽연합 등 14개 나라를 초청하면서 세를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유엔 글로벌 지속가능 교통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전 세계적 교통 발전을 위해
미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두고 중국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20개국(G20) 중 상당수 국가 정상들을 불러 모아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런 미국을 겨냥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지시간 30일 G20 정상회의에서 영상 연설을 통해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며 과학기술 혁신에 백해무익하다"고 말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G20은 힘을 합해 혁신 성장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충분한 참여와 광범위한 공동인식의 기초 위에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며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영국·호주 안보파트너십) 등 동맹국 중심의 안보 협력체 활성화,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 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시 주석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건설하며 개발도상국의 권리와 발전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분쟁 해결 절차의 정상적인 작동을 되도록 빨리 회복해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시청역 사고 운전자 아내, 지혈하라며 '걸레' 줘"…목격담 논란
  3. 3 G마켓, 소규모 셀러 '안전보건 무료 컨설팅' 지원
  4. 4 "한 달에 몇 번씩 여자 접대"…버닝썬 전 직원, 경찰 유착 폭로
  5. 5 '낙태 논란' 허웅, 팬서비스 잡음까지…"선물만 놓고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