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이 250km에 달합니다. 그 철조망을 수거해서 이렇게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가진 후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며 이같이 말했다.
'평화의 십자가'는 DMZ에서 철거된 폐철조망을 소재로 만든 것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상징한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획하고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가 제작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든 것"이라며 다시 한번 '평화의 십자가'의 의미를 설명했다.
두번째는 '구르마 십자가'다. 이 십자가는 박 전 회장이 2019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이용한 낡은 손수레를 해체해 만든 십자가다. 노동의 숭고함을 상징한다. 당시 만들어진 10개의 구르마 십자가 가운데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로 전해졌다.
세번째 선물인 '평화의 십자가'는 이날 로마 산티냐시오 성당에 전시가 됐다. '철조망, 평화가 되다'란 주제의 전시회엔 십자가 136개가 전시됐다. 이는 1953년 휴전 후 서로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의 68년을 더한 것으로, 두 개의 68년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취지와 제작과정을 담은 USB도 함께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과 단독 면담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배석자 없이 진행된 면담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 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방문 때 교황님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해 주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축복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천주교계가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나는 한국인들을 늘 내 마음속에 담고 다닌다. 한국인들에 특별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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