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이 철거되고, 남북한의 전쟁이 영원히 끝난다면 그곳에는 남북한에 있는 국제기구의 사무실들이 그쪽에 위치하고, 또 유엔의 평화기구들이 그쪽에 들어서고, 남북의 연락사무소가 거기로 들어서고 함으로써 지금 철조망으로 가득찬 비무장지대는 그야말로 국제 평화지대로 변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탈리아 로마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서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십시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DMZ에서 임무를 다한 폐철조망을 활용해 만든 평화의 십자가 136개를 전시한 행사다. 평화의 십자가 136개는 한국전쟁 이후 68년 동안 남북이 각각 겪은 분단의 고통(68년×2=136)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분단 극복과 평화 염원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 승화시켜 이를 통해 전 세계인과 공감한다는 의미로 기획됐다.
그러면서 "오고 갈 수 없다는 금지의 선이면서 적대와 대립의 상징이 철조망이다"며 "우리 정부 들어서 남북한의 대화가 이뤄지고, 군사합의가 이뤄지고,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그렇게 합의를 함으로써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많이 완화되고 그만큼 평화가 증진됐다. 그에 따라 우리 정부는 철조망의 일부를 철거했는데 그 녹슨 철조망이 이렇게 아름다운 평화의 십자가로 변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경엔 전쟁을 평화로 바꾼다는 그 상징으로 창을 녹여서 보습을 만든다는 그런 구절이 있다"며 "오늘의 이 십자가는 그 의미에 더해서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수많은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염원과 이제는 전쟁을 영원히 끝내고 남북 간에 서로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기도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용만 이사장이 이전에 진행한 특별한 십자가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옛날 재래시장에는 가장 밑바닥의 노동자들이 손수레에 물건을 운반해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었다. 보다 많은 물건을 싣기 위해서 나무를 덧대서 더 크게 만든 그 손수레를 '구르마'라고 불렀다"며 "지금은 시장이 현대화돼 있기 때문에 구르마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박용만 회장은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수십 년 된 그 구르마, 그래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과 삶의 고통이 배어 있는 그 구르마의 낡은 목재로 십자가를 만들었는데 가장 가난한 노동의 십자가라고 할 수 있는 그 십자가를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십자가라고 불렀다"고 했다.
이어 "제가 지난 유엔 총회에서 했던 종전선언의 호소를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한 박용만 이사장님, 그리고 권대훈 교수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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