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가진 후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며 이같이 말했다.
'평화의 십자가'는 DMZ에서 철거된 폐철조망을 소재로 만든 것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상징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이 기획하고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가 제작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이 250㎞에 달한다"며 "그 철조망을 수거해서 이렇게 십자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철조망 십자가로 교황이 한국에서 선물받은 십자가는 총 3개가 된다. '세월호 십자가'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 등 도보순례단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안산에서 대전까지 메고 간 나무 십자가로, 교황이 2014년 방한했을 때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답례로 교황청 홍보처에서 만든 교황의 영문 메시지에 친필 서명을 담아 선물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15분쯤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50분까지 교황과 비공개로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통역을 담당하는 교황청 소속 신부만 배석하고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김정숙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 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단독 면담이 끝난 후 김정숙 여사가 들어가 함께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전달했다. 김정숙 여사는 교황을 만나 "이렇게 또 다시 함께 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다시 뵙게 돼) 너무 너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간 만남은 지난 2018년 10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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