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불리기, 맛집 찾아 배달까지…너 '은행 앱' 맞니?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1.10.31 06:00
은행권 모바일뱅킹 이용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금융당국이 애플리케이션(앱) 규제를 일부 풀어주기로 하면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은행들이 금융상품 판매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등 플랫폼 강자와 맞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 '수퍼 앱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나의 앱에 은행, 보험, 증권 등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업 개방, 신탁업 제도 개선 등을 예로 들었다. 은행이 디지털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겸영·부수 업무 확대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신한은행이 배달 앱 출시를 예고한 것처럼 은행 사업 허가 범위를 넓혀주겠다는 뜻이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들은 근심을 일부 덜게 됐다. 빅테크, 인터넷은행의 진입으로 금융산업 지형도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기존 은행들 사이에선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금융 앱 MAU(월간 실사용자 수) 1위는 2017년 금융시장에 입성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다. 기존 은행들이 '플랫폼 기업 전환', '생활금융 플랫폼 변신' 등을 화두로 내 건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대면 중심 금융 서비스를 비대면화하는 데 집중됐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은행권 모바일뱅킹 이용금액과 건수는 작년 말에 비해 각각 19.8%, 13.3% 늘었다. 지난 3분기 우리은행의 비대면 상품 가입고객 수는 지난해 말보다 11.28% 증가했다. 적립식예금의 89.6%는 비대면 판매다. 하나은행도 신용대출의 92.2%를 비대면으로 취급했다. 펀드의 비대면 판매 비중도 92.9%에 달한다.

문제는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전환 만으론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8일 계열사 디지털 최고책임자가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객 불편 사항 해소를 위한 토스·카카오의 노력과 사업 추진 자세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펴낸 '2022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은행과 비금융회사간 시장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언택트(비대면)가 고착화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은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하나둘씩 복잡하고 무거운 모바일 앱을 뜯어 고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7일 새 KB스타뱅킹 앱을 출시했다. 모바일 전용 인프라를 깔고 고객들이 스스로 홈화면 메뉴를 구성할 수 있도록 개인화 서비스를 내놨다. 앱을 실행하면 별도의 인증 없이 자동 로그인되는 기능도 새로 생겼다. 은행, 증권, 보험 상품 외에 부동산·자동차 등 비금융 자산을 맞춤형으로 관리해 주는 '마이자산관리' 메뉴도 만들었다.

비금융 콘텐츠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은행 상품과 서비스만으론 고객을 유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은 12월 금융권에선 처음으로 배달 앱을 출시한다. 가맹점 입점 수수료나 광고비용을 받지 않고 공공 배달앱 수준으로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매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업무를 확대해 주기로 약속하면서 은행이 진출하는 사업 영역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한동환 KB금융지주 디지털플랫폼총괄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개편된 스타뱅킹은 은행의 디지털 핵심채널에서 금융그룹의 디지털 핵심채널이 됐다"며 "기술을 접목하고 기존 은행의 강점인 금융 전문성을 살리면 빅테크와 플랫폼 경쟁을 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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