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로 출근하기 싫어요".. MZ세대 하소연에 IT서비스업체들 이렇게 바꾼다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21.10.31 08: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IT서비스 업계 관행인 '사이트 근무' 관행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이트 근무'는 시스템 구축사업 수주시 발주사 사옥 등 발주처가 정하는 장소에 IT서비스 기업 소속 개발자가 파견나가 일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개발자들 사이에서 IT서비스 기업 취업시 기피 요인 중 하나로 꼽혀온 관행이다. 이에 우수 개발자 구인난에 고심하던 IT서비스 업계가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S·SK C&C 등 '원격지 근무' 시도…"개발자 인력 유출 막아라"


30일 IT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신축 빌딩인 아이스퀘어 공실 임차를 추진 중이다. 기존 사옥인 잠실·판교캠퍼스 사옥 외에 삼성전자 등 고객사 현장에 나가 근무하던 개발자들을 위한 업무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삼성SDS 관계자는 "파견 개발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삼성SDS가 오프사이트 근무(원격지 근무)를 시도한다는 데 주목한다. '개발자의 무덤' 등이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IT서비스 업계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것이다.

그동안 고객사에 파견되는 IT서비스 개발자들은 고객사 사옥의 자투리 공간에 '더부살이'하며 시스템 점검·운영 등의 업무를 해 왔다. 이른바 '갑'(甲)인 고객사로부터 사실상 감시를 받아 가며 일하는 환경이었다. 최근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아예 재택근무를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IT서비스 업계를 떠나는 이들까지 생겨났고, 우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사이트 근무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실제로 이미 IT서비스·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들 중에는 비슷한 형태로 사이트 근무 관행을 타파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공간 확보 등에 추가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ERP(전사적자원관리) 기업 더존비즈온은 아예 2019년 서울 을지로 사옥을 매입하면서 원격지 근무를 시도했다. 더존비즈온은 아예 고객사 담당자들이 들어와 회의 등 업무를 할 공간과 임직원과 고객사 파견자들이 쉴 때 이용할 수 있는 복지 공간까지 마련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전경 /사진=홍봉진 기자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SK(주) C&C는 금융사 디지털 전환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3층에 금융디지털부문 여의도 사무소를 마련했다. 지정석 없이 예약제로 운영해 개발자들이 고객사 현장 대신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아 자유롭게 일하도록 하는 형태다. 고객사와의 물리적 거리는 여전히 가까우면서도 개발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을 노린 것이다.


코로나19·클라우드 전환 등 인식 전환 계기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이미 클라우드로 시스템 인프라를 전환한 고객사가 늘어난 점 등도 근무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국면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고객사들도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고, 방역문제로 자사 근무 현장에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외부인'인 IT서비스 개발자들을 불러모을 필요성이 이전보다 약해진 것이다.

고객사가 자체 보유한 서버 대신 IT서비스사들 소유의 데이터센터 등을 이용하는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하게 된 것도 큰 변화다.

IT 업계에서는 원격지 근무 확산을 위한 남은 과제로 고객사 설득을 꼽는다. IT서비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원격지 근무를 위한 개발자 수용 공간을 마련해둬도 여전히 '관행'에 얽매여 있는 고객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IT서비스 회사가 소속된 대기업 그룹내 관계사들의 경우 아직도 '자기 회사로 들어오라'는 요구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며 "원격지 근무가 발주처 입장에서도 비용 등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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