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KT 혜화지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KT를 믿고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약관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에 대해 "(협력사 직원이) 원래 야간 작업으로 승인을 받은 것인데, 주간에 (작업을) 해 버렸다"며 "협력사가 작업했지만, 기본적으로 KT가 관리감독해야 하는 만큼 KT 책임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KT 구현모, 두 번째 사과…이원욱 과방위원장 "진정성 있다"━
피해 보상 계획에 대해선 약관 이상의 보상을 강조하면서 "결정되면 말하겠다. 이사회를 거쳐야 해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피해 신고센터는 다음 주 정도면 (설치)할 것"이라며 "콜센터에 들어온 내용을 추적해 먼저 전화드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비공개 면담 결과에 대해 "KT스스로 이번 사고가 인재였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면서 "구 대표가 허리 숙여 사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약관은 음성통신 시대의 보상으로, 데이터 시대에 맞는 약관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정부와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면담에는 조경식 과기정통부 2차관도 참석했으며, 오는 29일 정부가 보다 세부적인 사건 경위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KT의 관리의무 소홀에 따른 제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
아현화재 땐 '원인미상'에 시정조치…명확한 '인재', 이번엔━
반면 이번 사고의 경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재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전기통신사업법 104조의 '사업자가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서다.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욱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백업 망만 제대로 가동했어도 대규모 통신장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 예방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관리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 역시 "현행 법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관계 당국은 '원인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현행 법이 관리소홀 만으로 제재가 가능할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국 단위의 통신 장애 자체가 이례적이라, 비슷한 제재의 선례조차 찾기 어렵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행 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없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제재할 수 있다"면서도 "고의성 여부가 관건인데, 이번 사고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역시 "원인 분석이 끝난 뒤 제재 등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정부도 지난 아현화재 이후 법안을 개정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정부는 통신사의 관리의무와 이를 위반할 경우의 제재 기준을 명시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통신사업자가 주요 통신시설을 통신재난관리계획 등에 정한 기준에 따라 관리하지 않은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12월9일부터 시행 예정이라 이번 사고엔 적용이 어렵다. 김 변호사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인만큼 고의성 유무와 무관하게 폭넓게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