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대차잔액이 올해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이후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락장에 베팅하는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식 대차잔고는 77조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50조원 수준에 그쳤던 대차잔고는 지난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조금씩 증가했다. 최근 증시 상승랠리가 꺾이자 주가 하락을 예측하면서 대차잔고가 더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차 잔고는 투자자들이 각 기관에서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의미한다. 현재 규정상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대차 거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차잔고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다만 대차거래는 헤지거래 등 다양한 투자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셀트리온(8794억원) △HMM(6795억원) △LG디스플레이(5043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에이치엘비(2332억원) △펄어비스(1800억원) △위메이드(1266억원) 등의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한때 75조원선까지 올랐다가 최근 65조원선으로 내려앉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코스피가 지난 8월을 시작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투자 열기가 다소 식은 영향이다. 코스피는 8월 초 3280선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000선 전후를 오가고 있다. 이달 초에는 2900선 초반까지 하락하는 등 증시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안진철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융자 잔고와 고객예탁금이 감소한 반면 공매도 잔고는 늘었다"며 "지수가 지지부진하고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공매도 여건이 더욱 개선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매도 잔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연말을 앞두고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을 상대로 한 숏커버링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연말이 다가오면 배당 수급 등을 고려해 낙폭이 과했던 기업에 대한 대차상환 압력이 강화된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대차잔고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숏커버링은 공매도로 빌렸던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황지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정적인 뉴스 흐름이 지속되면서 차입 공매도 금액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며 "연말이 가까워지고 시장 리스크가 소화될수록 대차상환압력이 높은 기업의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영증권은 공매도 대상인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 중 숏커버링 전략이 유효할 수 있는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이익 전망이 최근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시가총액 대비 대차거래금액 비중이 높고 △최근 3개월 고점 대비 낙폭이 큰 기업을 꼽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효성티앤씨, 티에스이, 씨젠, LX세미콘, 비에이치 등이 상위 5개 종목으로 선정됐다. 그 뒤는 KH바텍, 주성엔지니어링, 테스나, 휠라홀딩스, 팬오션 순이었다.
한편 연말 투자 전략으로 잘 알려진 배당주 투자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조언도 내놨다. 최근 5년간 배당수익률은 10월까지 유효했고, 11월 이후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갈수록 분기배당을 하는 기업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연구원은 "9~10월 이전에 미리 매수하고 연말 배당 수급이 유입될 때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배당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성장성 재투자보다 대주주 이익 환원 성격이 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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