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대 재수 준비하는 수학자 지망생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 2021.10.28 06:10
"요새 친구들은 왜 안 만나니?"
"친구들이 의대 입시를 다시 준비한다고 바빠서 못만나요."
최근 만난 한 지인은 "아들이 서울대 자연대를 다니고 있는데, 동기들 상당수가 의대 입시를 다시 준비하고 있더라"며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다시 입시 시즌이다.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의과대학은 올해도 대학 학과 배치표의 최상단을 차지할 것이다. 지방 의대보다 서울대 공대에 들어가기 쉽다는 말도 많았다. 이 수준은 아닐지 몰라도 의대의 인기는 여전한듯하다. 명문대 공대를 포기하고 지방 의대를 선택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의대의 인기는 비단 우리나라의 사례는 아니다. 외국에서도 의대는 인기학과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최상위권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진 않다. 물리학과나 수학과 같은 기초과학 학과에 최상위권의 학생이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도 1980~1990년대에는 유전공학과, 미생물학과, 전자공학과, 화학과 등 서울대 이공계 커트라인이 의대보다 높은 경우가 심심찮게 나왔다. 이들 인재들은 한국경제 성장의 큰 힘이 됐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나 화학 산업의 부흥은 이들 인재들이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의대의 절대 독주 시대가 도래했다. 경제가 어려워져 기업에서 내몰린 인재들은 라이선스(면허증)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독점적인 권한만 쥐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성공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 오랜 수련과정과 수많은 시험을 통과해야하지만, 전문의라는 타이틀만 획득하면 부와 명예를 움켜쥘 수 있다. 그래서 의사 자격증은 명문대 간판과 바꿀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언제부턴가 이들에게 보장된 '환자 치료'라는 독점권은 '독점적인 수익 추구권'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공의 모집을 할 때 '피안성이'(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는 인기가 높지만 '내외산소흉'(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은 전공의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환자의 목숨을 구해야한다는 숭고한 뜻을 강요하진 않더라도, '돈이 될 만한' 전공으로 몰리는 건 너무 재미없고 뻔한 스토리다.


의대 인재 쏠림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이들 인재 중 일부는 신약개발 같은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라도 많아져야 한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의사는 진료'라는 유일한 등식만 있지 않다.

미국에는 하버드나 존스홉킨스 의대 출신으로 신약개발에 종사하는 '의사과학자'가 넘쳐난다. 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과학연구를 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 연구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미국에선 2만명이 넘는 의사과학자가 있다는 통계도 있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의사 과학자는 7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의사 10만명 중 1%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미국은 매년 배출되는 의사의 3% 정도를 의사과학자로 키웠다.

신약 개발에 있어 의사의 역할은 매우 크다. 방사익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몇 년 전 바이오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방 교수는 "신약을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의사"라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고 의사들이 역할을 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의사들이 참여한 신약개발은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의대생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의사들이 신약개발로 갈 수 있는 성공사례가 나와야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의사출신으로 바이오기업을 만들어 상장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또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의사는 수만명의 환자를 돌볼 수 있지만, 새로운 신약이 개발된다면 수억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의대를 향했던 인재들의 두뇌가 일부라도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쓰여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의사들을 사회적 기여가 큰 인재로 교육하고 키워낼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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