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굴려주세요"..'랩'에 몰리는 뭉칫돈, 올해만 15조원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 2021.10.27 04:45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힘을 잃은 가운데 증권사 랩어카운트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직투(직접투자)' 대신 투자자산을 일임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랩 어카운트 총 잔고(평가금액)은 8월말 현재 15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전에 비해 6조8000억원 급증한 수치다.

총 잔고가 1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첫 판매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 말 116조7967억원, 2020년 말 132조5280억원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에만 15조원이 증가했는데 지난해 전체 증가 규모(15조원)를 돌파한 셈이다.

투자자 수도 2019년 말 170만6816명, 지난해 말 175만9801명에서 8월 말 184만2861명으로 늘었다.

랩 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 돈을 대신 굴려주고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랩(wrap)으로 싸듯 담아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운용하는 게 특징이다.

여러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공통 계좌를 만들어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고객마다 계좌를 따로 만든다. 특히 거래 내역을 가입자가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일임한 운용역에게 운용 지시와 의견 조회, 상담 등도 가능해 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랩어카운트에 자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증시에서 직접 투자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상승 장에서는 개인이 직접투자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증시가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성과를 내기 어려워 졌다"며 "투자 결정이 어려운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문턱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랩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다.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1억원이라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엔 1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잇단 사건으로 사모펀드에 등을 돌린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로 갈아 탄 영향도 있다.

다양한 상품군도 투자 심리를 자극한다. 투자 가능한 자산은 주식 뿐 아니라 펀드와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부동산 관련 상품까지 다양하다. 채권이나 부동산 등 시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을 편입한다면 박스권 장이나 증시 변동성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증여랩, 2차전지, 저탄소, 메타버스 등으로 투자대상이 넓혀졌고 인공지능(AI) 로드어드바이저가 자동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상품도 출시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랩어카운트의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테크 스트레스'에 지친 투자자들의 발길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처음 가입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투자 상품인 만큼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또 같은 랩이라고 해도 가입 시점 등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랩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운용 주체, 투자 전략, 포트폴리오 등을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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