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유럽 틈바구니 '초전도' 1등 지키려면…"우리도 국가적 지원 필요"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 2021.10.27 12:03

[MT리포트]'꿈의 전선' 초전도 케이블 4파전③

편집자주 | 전기 손실을 10분의 1로 줄이는 초전도 케이블 시장을 놓고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 기업들이 치열한 4파전을 벌이고 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단번에 선두권에 올라선 LS전선의 스토리를 통해 초전도 케이블 시장의 잠재력과 풀어야할 과제를 짚어본다.

LS전선의 류철휘 박사./사진제공=LS전선

"초전도 케이블의 기술 경쟁력을 따질 때 크게 3가지를 봅니다. 얼마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느냐, 성능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마지막은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느냐입니다. 한국은 3가지 모두 누구보다 앞서 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만난 류철휘 LS전선 박사는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류 박사는 19세기 후반 선진국으로부터 전력 기술을 도입했던 한국을 세계 선두로 끌어올린 데 앞장 선 장본인이다. 2008년 LS전선에 합류해 초전도 프로젝트팀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성과를 냈다.

초전도 케이블은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체를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송전 중 손실되는 전기가 '제로(0)'에 가까워 '꿈의 전선'으로 불린다. 국내에서 송전 중 전기 저항으로 손실되는 전력은 전체 발전량의 4~5%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해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초전도케이블을 활용하면 이렇게 사라지는 전기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한국이 초전도 케이블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에 올라섰지만 쾌재를 부르기는 이르다. 높은 초기비용 탓에 전세계에서 시장 확대가 더디기 때문이다. 류 박사는 케이블 내부에서 전기가 흐르는 도체 역할을 하는 초전도 선재를 예로 들며 "제조원가는 크지 않지만 시장이 크지 않은 상태라 초기 단가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를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에서 내년과 2023년 완공 목표로 2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기획되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류 박사는 다만 "기존 구리 케이블을 교체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초전도 케이블을 선택할 요인이 적지만 전력망 전체를 놓고 보면 초전도 케이블의 특성상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를 지을 경우 변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초전도 케이블은 이런 변전소가 필요 없어 그만큼 전체 비용에서는 절감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초전도 케이블 사업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프로젝트 발주와 사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확대를 두고 업계의 자체적인 해결만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류 박사는 "시장이 커지려면 초기비용이 낮아야 하는데 이러려면 다시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문제에 마주치게 된다"며 "일본 업체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본처럼 시장을 이유로 주저하다가는 막상 시장이 열리더라도 기술 주도권을 뺏기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은 일본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당장의 시장성 때문에 추가 투자를 미룬 새 한국이 OLED 기술 주도권을 차지했다.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초전도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결정 핵심기술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초전도 기술이 확장되면 자기부상열차, 초전도추진 선박 등 차세대 수송시스템은 물론 핵융합 발전 기술의 토카막, 양자컴퓨터 등 산업적으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미국은 초전도 기술을 국가 기밀 기술로 지정해 이를 근거로 초전도 관련 사업을 기획하는 전력회사를 지원한다.

류 박사는 "국내외에서 초전도 케이블 프로젝트 수요가 늘고 있지만 불확실한 시장 상황 탓에 당장 내년에 몇 개를 진행하고 내후년에 몇 개를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라며 "제도적인 장치로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가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이런 노력이 마중물이 돼 신규 사업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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